대우사태 해결의 최대 뇌관인 대우채권 손실분담비율 논의가 물위로 떠오르면서 투신(투신운용사)과 증권업계에 한바탕 회오리바람이 몰아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손실분담비율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투신사와 증권사의 운명이 크게 엇갈리는 것은 물론 대주주인 은행과 재벌도 적지않은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투신사는 대우채권 손실분담이라는 굴레에서 조금도 벗어날 수 없는 입장. 투자손실의 1차적인 책임을 져야한다는 원칙론 때문이다. 투신업계에 따르면 현재 투신이 보유하고 있는 무보증 대우채권(회사채와 기업어음)은 18원에 육박한다.
이중 회생불능판정으로 손실처리되는 금액은 국제기준으로는 50%정도. 기관투자가들이 맡긴 공사채형 수익증권(전체 물량중 60~70%)은 손실분담대상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투신사가 대우채권 손실을 모두 떠안는다고 해도 그 규모는 대개 2조원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문제는 이같은 충격에도 「기둥」까지 뒤흔들릴만큼 투신사의 부실구조가 심각하다는 점이다. 한국투신 6,400억원, 대한투신이 4,600억원, 현대투신이 8,800억원 등 「빅3」 투신사의 자기자본 잠식규모는 지난 3월말 현재 무려 1조9,000억원이나 된다. 특히 대우채권에 운용자금을 집중시킨 투신사의 경우 간판을 내려야 할지도 모를 처지에 놓여있다.
11월 대우그룹 워크아웃 계획안 확정으로 대우채권 손실액규모와 분담원칙이 정해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투신사의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자체 자금으로 손실을 떠안을 수 없을 만큼 부실화한 투신사는 자연 도태나 공적자금투입 등 일대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각 사가 져야할 대우채권 손실분담액 규모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손실액을 투신사, 증권사, 대주주가 공동 분담하게 되면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않아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24개 투신사중 한국·대한투신 외에 10개사는 30대 재벌이 대주주로 돼 있고 6개사는 은행 소유로 돼 있다.
그러나 주인이 없는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은 사정이 다르다. 대우계열사 워크아웃추진에 따른 자금지원과 대손충당금 적립등으로 지급여력이 거의 없는 은행이 지분을 조금씩 나눠갖고 있다는 점이 근본적인 한계다. 특히 이들 투신사는 과거 정부 지시에 따른 증시개입으로 부실이 산더미처럼 누적됐다는 점을 감안, 다른 투신사와는 접근 방식이 달라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이와 관련, 정부는 한투와 대투에 대해서만 필요할 경우 공적자금을 투입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손실분담 원칙을 놓고 투신사와 증권사간 첨예한 이해대립도 예상된다. 손실을 누가 떠안느냐에 따라 투신사와 증권사의 존망이 걸려있는 만큼 「자율결정」에 큰 진통이 따를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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