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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획일적 유행에 대한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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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획일적 유행에 대한 걱정

입력
1999.10.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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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에 중국에 갔다가 돌아와 흥미있는 현상을 발견하였다. 방송가의 거의 모든 오락 프로그램에 똑같은 댄스 음악이 흘러나왔다. 『띠∼띠띠띠띠, 띠∼띠띠띠띠』. 나의 짧은 지식으로 이 곡의 출처는 알지 못하지만 테크노 음악임은 틀림없다. 테크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 곡은 참 신난다. 음악쇼, 토크쇼, 코미디, 드라마 할 것 없이 「테크노」라는 단어가 나오면 이 곡을 튼다. 하루에도 본의 아니게 수차례 듣는다. 혹시 내가 없는 사이에 국가를 바꾼 것은 아닌지?새로운 사물을 이처럼 신속하게 접수하는 나라는 드물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여자들의 입술연지가 신기할 정도로 똑같은 것을 보고 무척 놀랐다. 유행도 유행이지만 어쩌면 미적인 감각도 일치할까? 새로운 속어가 생길 때 누군가가 모르면 그는 유행어인 「왕따」에 미안하다.

이웃 나라 당서기(黨書記) 이름은 몰라도 되지만 「만득이」「사오정」을 모르면 한참동안 썰렁함을 감수해야 한다. 몇 년 전부터 학생들이 「이스트팩」「쟌스포츠」라는 미제 배낭을 등에 메고 다녀 전국 통일 배낭으로 정한 줄로 알았다. 중국에서는 「이스트팩을 멘 배낭여행족은 무조건 한국인」이라는 재미있는 「속담」도 생겼다.

유행에 유달리 민감한 소수의 첨단 족속들은 어느 나라에나 존재한다. 그러나 한국처럼 많고 보편적이지 못하다. 접수능력이 빠른 「세련」된 젊은 층이 많다는 뜻일 것이다. 유행에 민감하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일종의 능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변화에 둔하면 남한테 뒤질 수도 있다. 그러나 단지 변화를 감지하고 유행을 받아들이는 데만 그친다면 남보다 앞설 수 없다. 아무리 새로운 사물을 먼저 접수해도 결과는 남과 비슷할 뿐이다.

변화에 민감하고 적응력이 뛰어나고 창조력이 출중한 사람은 유행 대열의 맨 앞에 서는 것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외적으로 튀는 것도 개성이지만 가끔은 유행의 방관자가 되는 것이 더 멋있는 개성일 수도 있다.

눈에 보이는 유행은 그래도 약간은 간과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방송매체가 그 유행을 따르고 선도하고 그 유행을 퍼뜨린다면 어쩌면 사람들의 의식과 사상, 지식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감쪽같이 획일화하지 않을까 하는 황당한 걱정이 들 때도 있다. 기나라 사람이 하늘이 무너질까 두려워했다는 기우(杞憂)이다.

/추웨이쿠웨이후아·서울대 국사학과 박사과정·중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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