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중심의 경제질서를 바로 잡고 채무국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한 「대구라운드 글로벌포럼(TAEGU ROUND GLOBAL FORUM)」이 6~9일 국채보상운동의 발원지인 대구서 막을 올렸다. 이 자리에는 국제경제학의 태두로 일컬어지는 미 컬럼비아대 자그디쉬 바그와티(Jagdish Bhagwati·65)교수가 참석해 그 무게를 더했다. 바그와티교수는 대구라운드가 제정한 「제1회 서상돈상」의 국제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그를 만나보았다.-서상돈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비정부기구(NGO)로부터 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웃음)
-세계경제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리라고 보십니까.
『무역과 자본자유화, 특히 금융을 주축으로 한 세계화로 전개될 것입니다. 11월 미국 시애틀서 열리는 WTO의 뉴밀레니엄라운드도 세계 각국의 전면시장개방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입니다』
-인터넷의 확산과 정보산업의 발달, 지구화(globalization)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더욱 널리 퍼뜨리고 심화시킬 것으로 보십니까.
『정보산업이 지구촌을 한 울타리로 좁히면서 정보독점 및 오·남용에 따른 우려는 여러곳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세계 각국이 이 정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접하고 활용하느냐에 달려있지요』
-그렇다면 인류복지를 위해 국가나 국제기구, NGO는 어떤 정책이나 운동을 펼쳐야 합니까.
『이번 대구라운드 기조연설의 주제는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였습니다. 국제자유무역과 외국인 직접투자, 단기성 자본흐름, 국제이민등 4가지 유형으로 세계화를 분석할 때 국가마다 정치·경제적 상황을 고려해 적절한 속도와 규모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지요. IMF가 일방적인 처방전으로 채무국들을 곤경에 빠뜨린 것도 사실입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통제방식(Appropriate Governance)을 통해 국제협상력을 높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21세기에는 채무국들과 각종 국제기구, NGO들이 채권국의 잘못된 국제경제질서를 바로잡는데 힘을 모아야 세계경제가 인류의 복지를 기약할 것입니다』
-대구라운드가 세계경제의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97년말 IMF관리체제로 접어든 한국에서 채무국 중심의 국제기구를 결성한다는 소식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가뜩이나 선진국 위주의 금융질서로 수많은 채무국들이 신음하는 터여서 저 역시 새로운 경제질서를 모색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대구라운드서처럼 세계 각국의 NGO들이 대거 한자리에 모여 신국제경제질서를 논의한 것은 근래 드문 일입니다. 앞으로의 활동에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악성외채와 투기자본의 피해를 입고있는 채무국이 있는 한 대구라운드는 세계적인 NGO로서 역할을 해낼 것입니다』
-자유경제주의자로 널리 알려져있는데 왜 자본자유화는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십니까.
『무역과는 달리 자본의 자유화는 아직 세계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검증을 거치지 못했습니다. 무제한적 자본자유화를 촉진시키면 선진국 금융자본만 일방적으로 살찌게 됩니다. 자본자유화의 신봉자들인 IMF와 월가, 미재무성에 대해 일정한 방식의 규제가 뒤따라야 합니다. 특히 헤지펀드(Hedge Fund) 운용자들이 개발도상국의 통화를 재물로 삼아 투기를 하는 것은 명백한 범죄행위인만큼 철저히 규제해야겠지요』
-한국경제가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을 조언해주신다면.
『한국의 경우 IMF가 초긴축 일변도의 구조조정을 강요했습니다. 고금리정책으로 기업의 투자위축과 도산등 불황을 가속화시켰지요. 한국은 IMF의 무리한 요구를 조금씩 수정해가면서 난관을 극복해가고 있습니다. DJ노믹스로 일컬어지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경제정책은 합리적인(sensible)것 같습니다』
-선생님을 존경하는 한국의 경제학자와 경제학도, 정책입안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가 되도록 국내외 경제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해주시길 바랍니다』
글·사진
1934년 인도출생
1956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경제학과 수석졸업.
1961∼1968년 인도통계학연구소 경제학교수
1968∼1980년 미 MIT교수
1980∼현재 미 컬럼비아대 교수
1991∼1993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사무총장 경제정책자문 현재 Hunan Rights Watch 자문위원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이사
대구=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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