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실험실 폭발사고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이 대학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독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일어났다.9일 낮 12시30분께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 자연대 56동 화학과 316호 실험실에서 유기합성실험을 하던 박사과정 김모씨가 용매에 녹아있는 「포스겐」 가스가 든 유리용기를 떨어뜨리면서 가스 1∼2g 가량이 누출됐다.
이 사고로 실험중이던 대학원생 8명을 포함, 이 건물안에 있던 100여명의 학생과 교수, 교직원들이 급히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으나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사고가 나자 학교측은 중화효과가 있는 암모니아수를 살포해 건물 전체에 악취가 진동했다.
실험을 담당한 홍종인(洪鍾仁)교수는 『플라스크 용기를 옮기다 실수로 놓쳐 사고가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석사과정 김모(26)씨는 『유독가스는 증기발생을 막는 내압성 보관 용기로 저장·운반해야 하고 용액상태로 운반할 때도 떨어뜨려 깨지는 위험을 막기위해 운반용 양동이 등을 이용해야 하지만 실험도중 깜박할 때도 많다』고 털어놨다.
서울대는 지난달 18일 실험실 폭발사고로 3명의 대학원생이 숨지자 안전센터 설립과 안전교육강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실험실 안전종합대책을 마련해왔다.
■포스겐가스란
제1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이 화학전에 사용하면서 널리 알려진 독가스 포스겐(Phosgene·COCL2)은 염화카르보닐이라고도 하며 1811년 개발됐다. 곰팡이가 핀 건초에서 나는 냄새가 나며 독성이 매우 강한 무색의 기체. 유기화학약품, 염료, 폴리카르보네이트수지 또는 폴리우레탄수지의 원료인 이소시안산염 등을 만드는데 쓰인다. 흡입시 심각한 폐점막 손상을 유발하며 최대효과는 3~4시간 후 나타나지만 많은 양에 노출되면 1~2일 안에 사망할 수 있다.
안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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