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 C초등학교에 다니는 A(38)씨 아들(8·2학년)은 8일 아침 7시40분께 학교간다고 나간지 20분만에 집으로 되돌아왔다. 이마는 깨지고 입술은 터졌으며 찢어진 코에서는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깜짝 놀란 A씨가 이유를 물었더니 아들은 『슈퍼 앞을 내려가는데 갑자기 걸음이 빨라져 앞으로 고꾸라졌다』고 답했다. 이날 따라 보통때 메고 들고다니는 거북이가방과 실내화주머니 외에 교내 「아나바다 바자회」에 낼 물품을 담은 가방을 더 들었던 아들이 비탈길에서 「화물」의 무게를 이기지 못했던 것이다.아이가 메고 든 「화물」은 가방 5㎏, 신발주머니 1㎏, 바자회물품 3.2㎏등 모두 9.2㎏. 아이의 몸무게가 23㎏이니까 짐만 체중의 40%다. 훈련에 나서는 평균적 군인이 소총에 완전군장을 하면 짐무게가 몸무게의 40% 안팎이다. 결국 이 학생은 「소총 들고 완전군장 하고」 학교에 다니는 셈이다.
B군처럼 「완전군장」하고 학교 다니는 초등학생들이 의외로 많다. 이날 오후 교문을 나서는 서울 강남 D초등학교 학생들은 한결같이 『가방이 너무 무겁다』고 답했다.
물론 초등학교 교실에는 거의 대부분 사물함과 책꽂이가 있다. 문제는 사물함은 너무 작고 책꽂이는 『교실이 어지러운 느낌을 줘 환경미화에 나쁘다』는 이유로 사용하지 않는 학교가 많다는 것이다. 또 현관에서 교실까지 나무바닥으로 된 일부 학교에선 비오는 날이면 흙발로 더럽혀질 것을 우려, 학생들이 실내화를 지참하고 다니면서 현관 입구에서 갈아신고 들어오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학교에서는 매일 아침 전교생이 현관 앞에서 바로 실내화를 갈아 신느라 운동장 가득 줄을 서기도 한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외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학교와 정부는 당장 소송감』이라며 『교육당국과 교사들이 너무 무심하다』고 꼬집었다.
이광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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