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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숙명의 라이벌전' 유화석감독 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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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숙명의 라이벌전' 유화석감독 웃다

입력
1999.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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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의 세계에서 이들처럼 얽히고 얽힌 숙명이 또 있을까.선경 유화석(47)감독과 LG정유 김철용(45)감독. 둘 다 화려한 선수생활은 못했지만 여자배구 지도자로 일가를 이룬 라이벌이다. 그러나 1위는 한 자리. 15년 가까이 둘은 피할수 없는 맞대결을 벌였지만 김감독이 항상 한 걸음 앞섰고 유감독이 뒤를 쫓는 식이었다.

70년대초 남산공전에서 선수생활을 함께 했던 이들은 85년 유감독이 일신여중 사령탑을 맡으면서 재회한다. 당시 김감독은 일신여상을 여고배구 최강으로 이끌었고 둘은 잠시 「동반자 관계」를 형성했다. 그러나 일신여상 118연승 신화를 만든 김감독이 학교측과 잦은 마찰을 일으킨데다 86년 3월 근영여고에 0-3으로 완패하자 여중으로 밀려났다. 대신 유감독이 그 자리를 맡았다. 배구계에서는 유감독이 김감독을 밀어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고 둘 사이는 서먹해질수 밖에 없었다.

이후 김감독은 87년 LG정유(당시 호남정유)로 스카우트돼 성인 여자배구에 「김철용 시대」를 열었고 유감독도 86년부터 8년간 일신여상에 23회 우승을 안겨주며 다른 길을 걸었다. 두번째 대결은 94년 10월 실업팁 SK(당시 선경)가 유화석감독을 영입하면서 비롯됐다. 유감독은 이듬해 1월 당시 92연승을 달리던 LG정유를 격파하는 파란을 일으켰고 97, 98년 2년 연속 슈퍼리그 결승서 맞대결, 비록 석패했지만 김감독의 애간장을 태웠다.

하지만 유감독의 좌절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98년 팀이 해체된 것. 재기를 꾀하던 유화석감독에게 손길을 내민 팀은 명문재건을 노리고 있던 현대였다. 5월부터 팀을 맡은 유감독은 처녀출전한 이번 실업대제전 예선서 4년여만에 LG정유를 제압한데 이어 결승서 또다시 LG를 누르고 감격의 우승을 차지했다. 배구계에서는 선수 면면이나 구단지원이 절대 뒤지지 않는 현대를 이끌게 된 유화석감독이 「드디어 고기가 물을 만났다」라며 앞으로의 승부에 기대를 걸고 있다. 과연 유감독이 김철용감독이 이루어낸 슈퍼리그 9연패의 철옹성을 깰수 있을 것인가.

장래준기자

ra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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