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은 안보리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동티모르의 독립과 평화를 위한 과도정부안을 제시했다. 아난 보고서는 동티모르의 독립까지 앞으로 2,3년간 유엔 주도하의 과도정부를 만들고, 치안유지를 위해 9,000여명의 유엔 평화유지군과 1,600여명의 국제경찰을 배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주민의 독립의사가 확인됐고, 또 인도네시아가 동티모르의 독립을 인정한 상황이긴 하지만 현실적인 독립은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경제적 자립은 물론 당장 자위를 할 수 있느냐는 문제도 있고, 섬의 절반이 반독립 민병대의 거점이 되고 있다. 게다가 인도네시아의 정치적 불안정까지 겹쳐있다.
아난총장의 과도정부안의 채택여부는 안보리가 결정할 사항이지만 다국적군의 일원으로서 전투병을 파견하는 우리로서는 이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유엔이 문제에 개입한 이상, 확실한 의지와 힘을 갖고 사태를 헤쳐나가는 것이 평화유지군과 동티모르주민 및 반독립 민병대의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근 동티모르 치안유지를 인계받은 호주군과 민병대가 총격전을 벌여 민병대 2명이 사망하고 호주군 다수가 부상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현지의 사태전개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전투병력이 며칠 후 작전지역으로 배치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동티모르를 둘러싼 미묘한 주변환경을 잘 파악하여 우리 부대가 평화유지활동을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지혜로운 외교활동을 벌여야 한다. 또한 인도네시아의 국민감정을 동시에 헤아리는 외교적 노력도 필요하다. 파병은 희생과 위험을 뜻한다. 따라서 유엔외교에서도 동티모르 사태 해결과 관련한 발언권을 행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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