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칠레의 「철권통치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83)에 대한 영국 법원의 스페인 인도 결정은 반인륜적 범죄는 언제 어디서건 반드시 단죄를 받는다는 교훈을 다시한번 입증시켜주고 있다.이날 판결이 내려진 런던 법원앞에서는 피노체트의 처벌을 요구하는 200여명이 모여『살인자』등 구호를 외치면서 그의 스페인 인도 결정을 환영했다.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시내에서는 이날 피노체트 재임시절의 희생자및 실종자 유가족등 수많은 시민들이 몰려나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기뻐한 반면 일부 피노체트 지지자들은 판결에 불만을 표시하는등 희비가 엇갈렸다.
피노체트와 그의 변호인들은 이날 판결에 대해 즉각 항소의사를 밝혀 피노체트가 곧바로 스페인에 인도되는 것은 아니다. 피노체트측은 앞으로 한차례 더 상급심에 항소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며, 상급심에서도 패소해 스페인 인도 결정이 확정될 경우 잭 스트로 영국 내무장관이 사건 일체를 넘겨받아 판결의 최종 집행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같은 법적절차는 최소한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여 피노체트는 앞으로도 당분간은 런던 교외의 자택 연금장소에 머무를 전망이다.
피노체트는 이날 판결이 내려지자 변호인을 통해 성명을 내고 『스페인은 내가 유죄라는 단 하나의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면서 『칠레에서 발생한 사건은 스페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나에 대한 추방이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됐으며 순수하게 정치적 이유로 추진돼 온 것은 명백한 사실』라고 주장했다.
피노체트는 지난해 9월 척추수술을 받기 위해 영국에 왔다가 다음달 16일 수술 직후 스페인 사법당국의 요청으로 영국 경찰에 체포됐었다.
앞서 스페인의 발타자르 가르손 판사는 피노체트가 권력을 획득, 유지하기 위해 정치적 반대자들에게 고문을 자행했다고 비난하면서 그를 재판하기위해 자국(스페인)인도를 요청했었다.
피노체트는 자신의 17년간에 걸친 장기집권 기간중 마지막 2년간 한건의 고문 공모죄와 34건의 개별 고문사건과 관련해 가르손 판사로부터 피소된 상태다.
다음달 25일로 84회 생일을 맞는 피노체트로서는 과거 17년 통치기간동안 3,197명의 반체제 인사가 살해되거나 실종된 인권유린행위를 저지른데 대한 최악의 생일선물을 받게된 셈이다.
홍윤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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