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에서 금남(禁男)·금녀(禁女)의 벽이 잇따라 무너지고 있다. 지난해 롯데백화점에서 여성보안원을 고용해 화제를 모은 데 이어, 올해 들어 유통업계의 성역파괴가 가속하고 있다.한화스토아는 올해초 남성계산원 2명을 맞았다. 슈퍼마켓이나 백화점 식품매장에서 민첩하게 상품가격을 계산하고 정확하게 돈을 주고받는 계산원의 역할은 지금까지 「꼼꼼한」 여성들이 도맡아온 「금남지역」. 그러나 주부고객들이 쌀이나 음료수 등 무거운 상품을 옮겨주는 남성계산원에 대해 좋은 반응을 보이자 한화스토아는 남성계산원 6명을 추가채용했다.
한신코아백화점 광명점에서는 최근 정문안내 도우미로 석선일(昔善日·24)씨를 채용했다. 고객들을 처음으로 맞는 백화점 정문 안내데스크에 여성이 아닌 남성직원이 서는 것은 처음이다. 입사 당시 보안직을 지망했다가 인사담당자의 권유로 안내직을 맡게 됐다는 석씨는 『처음에는 좀 떨리고 어색했다』고 털어놓으면서도 『요즘엔 고객이 찾아오기 전에 먼저 다가가 불편한 점이 없는 지 물어본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LG홈쇼핑의 경우 350명 텔레마케터(상품주문접수요원)중 10명이 남성. 영화 「접속」에서 여자주인공의 직업으로도 소개됐던 텔레마케터는 주로 여성의 직종으로 알려져 있다. 97년 PC통신에서 텔레마케터 공모를 보고 지원, 2년째 고객들의 전화주문 및 상담을 받고 있는 김상윤(金相潤·25)씨는 『컴퓨터, 카메라 등 가전제품을 주문받을 경우 여성 텔레마케터보다 더 풍부한 상식을 갖고 있어 고객응대에 유리하다』고 전했다.
금녀지역의 경계선도 흐려지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여성보안원이 대표적 사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도 남성들의 고유영역인 셔틀버스 운전기사로 3명의 여성을 고용했다.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많은 주부들이 「동성」인 여성운전자에게 친밀감을 갖는 데다, 여성적인 세심한 서비스도 제공돼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게 백화점측의 설명이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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