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 영화를 찍는 배우들은 진짜 알몸으로 연기할까. 그때 심정은 어떨까.숱한 화제를 뿌리고 있는 영화 「거짓말」의 남자 주인공 J역을 맡은 이상현(45)씨도 이런 질문을 숱하게 받았을 것이다. 그가 책 「거짓말」(시공사 펴냄)을 냈다. 부제는 「영화 속의 여자를 사랑한 이야기」. 그러나 이런 궁금증만으로 책을 보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그런 얘기가 전혀 없지는 않지만.
이상현씨는 설치미술가이다. 베를린에서 대학원을 마쳤고, 94년 「떠오르는 지구달」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는 물론 유럽에서도 주목 받았다. 올림픽공원의 조각 「해탈의 문」이 그의 작품이다. 이 경우를 빼면 그의 작품은 전위적이다. 이런 작가일수록 미술계에서는 소외되기 마련. 그가 또 고립를 자초했다. 자극적인 영화의 주인공. 『걱정의 형태로 여러가지 비난이 있었다』 는 그의 말처럼 영화는 또하나의 모험이었다.
배우의 촬영일기인 「거짓말」은 알고 지내던 배우 이혜영의 소개로 장선우 감독을 소개받은 지난해 8월부터 촬영이 마무리 된 7월까지 그가 『촬영장 구석에서 암호같은 글씨로 쓴』 단상이다. 가학_ 피학증의 J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하게 되는 심리적 동선은 물론 아마추어 여배우 김태연이 Y로 변신하는 과정, 그리고 감독 장선우에 대한 감상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단순한 내용만으로 책을 끝내기엔 그는 생각이 많다.
「전위적인 미술운동을 만들어 팔아먹고 그것이 끝나면 또 다른 유행을 만들어내는」 오늘의 미술 실상, 도참사상 등 동양의 고전에 비춘 IMF체제하의 우리의 지형적, 감성적 현실 등을 심도있게 고민했다.
「문화사적」 촬영일기. 『아, 비로소 또 하나의 자유를 얻었다』 감추인 위선의 현실에 발가벗고 대항한 영화 「거짓말」을 찍고 나서 그는 이런 생각을 했다. 공짜로 얻은 것은 아니다. 「등급보류」와 따가운 시선, 그것이 댓가였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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