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 붉은 것이 너냐/ 너는 잎에 푸른 것이 너냐/ 너는 단풍에 취한 것이 너냐/ 너는 백설에 깨인 것이 너냐/(후략)>만해 한용운의 「금강산」.금강산이 「취하는」 계절이다. 남녘과 마찬가지로 그 곳에도 가을이 왔다. 현재 5부능선까지 단풍이 물들었고 10~25일께면 절정을 맞으리란 전망이다. 가을이면 풍악(楓岳)으로 이름을 바꾸는 금강산의 단풍은 분단 후 처음으로 남쪽 사람들에게 선을 보이는 비경. 비록 10월 한달간 2만7,000여명의 제한된 인원만이 금강산을 찾지만 그 의미는 깊다.
6일 현재 단풍철 예약률은 80%. 절정기인 16~20일사이는 95%가 넘는다. 그러나 11월 초까지 낮은 지역의 단풍이 이어지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게 주관사인 현대상선(02-3706-6000)의 설명이다. 3박4일의 크루즈상품은 외금강 구룡연코스는 필수이고 만물상코스와 해금강코스중 하나를 선택한다. 선실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일반급 79만원부터이다.
신계사터에서 상팔담으로 이어지는 구룡연코스는 단풍길로도 천상(天上)의 길. 옥류동, 연주담, 비봉·무봉·구룡폭포등 외금강의 명소가 좌우에 즐비하다. 절정은 역시 상팔담. 팔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신비의 팔담은 설화 「선녀와 나뭇꾼」의 소재가 된 바로 그곳이다. 옥빛의 물과 은빛 바위가 붉고 노란 단풍에 어우러져 세상의 시름을 덜어준다.
상팔담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 비룡대. 서남쪽 비로봉에서 흘러내리는 구담곡, 동남쪽 세존봉의 천화대, 남쪽의 비사문, 북쪽의 옥녀봉과 관음연봉등이 한 눈에 들어온다. 「세계의 명승 금강산」(도서출판 호영 펴냄)등 네 권의 금강산 관련서적을 펴낸 금강산연구가 한관수(서울 성남고 교사)씨는 비룡대에서 상팔담을 조망하는 맛을 『장쾌하다』고 한마디로 설명한다.
만물상코스도 매력적이기는 마찬가지. 기기묘묘한 바위병풍과 그 틈새에 뿌리를 박은 단풍나무의 붉은 색이 마치 절규하는 듯하다. 세 신선이 우뚝 서있는 듯한 모습의 삼선암, 준수한 외모의 세자봉이 만물상을 호위한다. 천선대에 오르면 단풍진 만물상을 가장 잘 볼 수 있다. 세 곳의 망양대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바다의 경치도 만만치 않다.
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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