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아침 출근길에 발생한 영국의 런던 교외 패딩턴역 고속 열차 사고가 민영화 책임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만성적자와 시설 노후화로 인해 「영국병」의 상징으로 여겨져온 국영 브리티쉬 레일은 지난 96년 분사를 통한 민영화로 전환했다. 그러나 AFP 통신에 따르면 상습 연발착, 만원 운행, 안내 부족 등 지난 2년간 이용객의 불만은 오히려 1.5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 큰 문제는 지난해의 경우 기관사가 정지신호를 무시하고 열차를 운행한 사고가 8% 증가한 643건, 철로 파손이 21% 증가한 1,000여건으로 안전불감증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민영회사들이 노선단축, 보수 지연, 하도급 직원 채용 등을 통해 비용절감에만 신경을 쓰고 안전관리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했기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민영 노선관리회사인 레일트랙이 98~99년 6억6,300만 유로의 막대한 수익을 올리며 런던 증시에서도 유망주로 꼽힐 정도인데도 대형사고가 일어나는 점이 시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 노동당 정권은 전임 보수당 정권이 물꼬를 튼 민영화 정책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어 전 정권의 책임으로만 돌리기도 어렵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그동안 여론의 압력으로 규제 및 감독 강화책을 모색했으나 과거의 국영기업 시절과는 달리 민간회사에 즉각적인 효력이 미치지않는 등 뾰족한 수단이 없다. 기껏해야 사고 발생시 부과하는 과징금의 한도를 높이는데 그쳤다. 이번에 사고가 난 열차중 하나를 운행한 그레이트웨스턴사가 지난 97년9월 사우스올 역에서 일으켜 7명을 사망했던 충돌사고는 150만 파운드의 과징금은 물렸으나 민·형사 책임을 따지는 조사는 이제 겨우 증언 청취를 하는 단계다.
가디언, 인디펜던트 등 좌파지들은 민영화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으나 타임스, 데일리 텔레그라프 등 우파지들은 민영화와 사고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논조다. 그러나 이번 열차사고는 존 프레스코트 부총리 겸 교통장관이 지난주 『공공 운송부문 개혁을 위해 보다 과감한 전략을 취하겠다』고 민영화 드라이브를 재천명한 직후 발생한 것이어서 블레어 정부를 궁지로 몰고 있다.
한편 6일 현재 이번 사고로 26명이 사망하고 150여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됐다. 부상자중에는 교민 하선영(26·여)씨도 포함돼 있는데 하씨는 화상을 심하게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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