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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조계사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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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조계사가 우려된다

입력
1999.10.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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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말 AP통신이 선정·발표한 「20세기의 100대 사진」에는 한국 관련 사진이 두 장 들어 있다. 한 장은 한국일보 사진부의 고명진 부장이 87년 6월 항쟁 때 웃옷을 벗어던진 한 시민의 민주화 절규 모습을 포착한 사진이다. 다른 하나는 지난해 12월의 서울 조계사 분규를 다룬 연합뉴스의 사진이다. 그 사진은 조계사 건물에 진입하던 경찰관 5명이 고가사다리가 뒤집어지는 바람에 10㎙ 높이에서 낙엽처럼 추락하는 몹시 위태로운 모습을 담고 있다.■사진은 지난해 총무원장 선거를 둘러싸고 두 달 가까이 벌어진 조계사 분규에 대한 참담한 기억을 되살려 주었다. 공교롭게도 조계사의 추락한 이미지를 만천하에 알린 「20세기 사진」이 발표된 지 사흘 뒤인 지난 1일, 법원이 내린 판결에 의해 한동안 진정 기미를 보이던 종단 분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법원은 고산 조계종 총무원장의 자격없음을 인정하고, 다음날은 총무원장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정화개혁회의의 합법성은 인정할 수 없지만, 현재의 총무원 체제도 절차 상 하자가 있다는 것이다. 고산 스님은 5일 『법원 판결에 대한 항소포기서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으나, 위기가 가신 것은 아니다. 벌써 조계사 입구에는 종법수호대책위원회가 상대편인 정화개혁회의 소속 승려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철조망을 쳤다. 또한 주변에는 마스크에 모자를 깊이 눌러 쓴 건장한 청년들도 보이기 시작해서 긴장이 감돌고 있다.

■총무원측은 30일 이내에 새 총무원장을 선출할 계획이지만, 정화개혁회의측은 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 불교의 상징처럼 돼있는 조계사가 다시 폭력적 갈등의 무대가 돼서는 안된다. 속세를 떠난 이들의 종단 분규는 왜 끈질기게 계속되는가. 승려생활에서 환속한 「만다라」의 작가 김성동은 『핵심은 잿밥』이라고 질타한 적이 있다. 많은 이들이 이에 공감하고 있으며, 분규가 치열해질 수록 그 생각이 굳어질 것이란 점을 양측은 헤아려야 할 것이다. /박래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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