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한진그룹 탈세사건 수사는 조중훈 명예회장 등 3부자의 조세포탈과 외국환관리법위반 혐의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수사 수순도 보광그룹 탈세사건과 마찬가지로 세무조사자료 정밀 검토, 그룹 자금담당 실무자 및 해외법인 관계자 소환, 조명예회장 일가 소환으로 이어질 전망이다.검찰은 그러나 한진그룹이 재계서열 6위의 거대 기업이고, 탈루규모도 1조원이 넘어 기초조사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기업규모 및 탈루 액수로 볼 때 사안이 복잡하지 않겠느냐』며 『자료검토와 국세청관계자 설명을 듣는데만 최소 2∼3주 가량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는 그만큼 수사가 꼼꼼하고 강도 높게 진행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검찰은 지난달 17일 반부패특별수사본부 발족과 함께 「제2사정」을 선언하면서 경제를 좀먹는 대표적인 기업비리로 탈세 외화도피 기업자금유용 등을 꼽은 바 있다.
이미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은 취임후 안정남(安正男)국세청장과 전화통화에서 『국익을 위해 경제비리 척결에 힘을 합쳐 잘해보자』고 언급, 탈세기업에 대한 검찰 사정의지의 수준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때문에 보광그룹 탈세사건 수사가 경제사정을 기치로 내건 검찰「제2사정」의 「서막」이었다면 이번 수사는 사실상 그 「본보기」가 될 전망이다.
이같은 점에서 이번 검찰수사는 국세청 고발내용에만 머무르지 않을 게 확실하다. 실제 검찰은 보광그룹 수사에서도 고발내용에 포함돼 있지 않던 홍석현(洪錫炫)중앙일보 사장의 배임혐의를 추가로 밝혀냈었다.
한진그룹의 경우 항공기 구매과정에서 받은 리베이트로 비자금 1,685억원을 조성, 조명예회장의 개인경비로 유용한 점에 비춰 수사과정에서 횡령이나 배임등 「파생범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또 이 비자금이 정·관계 로비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도 있어 검찰수사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반면 조세포탈 부분은 탈루소득 1조895억원 중 고의성이 개입된 포탈규모만 확정하면 되기 때문에 비교적 단순한 편이다.
검찰은 한진그룹이 수입·지출의 80%정도를 외화로 거래하는 대표적 국제거래기업이라는 점 때문에 보광그룹과는 다른 차원의 「부담」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경제정의 확립이 오히려 우리 경제의 대외신인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검찰수사는 원칙에 따른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진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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