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미술의 신화를 해체하는 새로운 추상미술,네오 지오의 대표작가 피터 핼리 국내 첫 전시회
「네오 지오」(Neo_Geo)의 대표적 작가 피터 핼리(Peter Halley)의 작품전이 8일부터 11월 5일까지 카이스 갤러리에서 열린다. 「유토피아의 도형」을 주제로 2mX1.5m 크기의 대형 회화 2점을 비롯, 드로잉, 벽지 설치작업등 총 13점을 보여준다.
신(新)기하학적인 개념주의(Neo_Geometric conceptualism)를 가리키는 네오 지오는 80년대 초반 피터 핼리, 제프 쿤스(이탈리아 포르노 배우 치치올리나의 남편), 애쉴리 비커튼, 마이어 바이스만 등 4명의 작가가 뉴욕에서 당시 미술의 큰 흐름이었던 모더니즘을 바탕으로 한 추상 미술을 비판하면서 이끌었던 새로운 추상미술운동. 기존의 추상미술을 비판하면서 이들은 그림 속에 「사회적 의미」까지 담아 기하학적이면서도 냉정한 이미지의 작품들을 선보여 당시 뉴욕화단을 열광케했다.
이중에서도 미술가 피터 핼리는 눈을 찌르는 듯 강렬한 색상과 직사각형이 반복되는 기하학적 이미지의 독창적 작업으로 네오 지오의 기수로 꼽혔다. 53년 뉴욕태생으로 예일대에서 미술사를 전공하고 뉴올리안즈 대학원에서 개념미술을 공부했던 비평가이자 화가이다. 비록 「네오 지오」가 80년대 짧은 흐름으로 끝났지만 여전히 세계 화단에서 21세기를 이끌어 갈 대표 작가로 주목받고 있다. 2년전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가졌던 「판화제작의 새로운 개념1」전은 그의 활동 영역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핼리의 사각형은 얼핏 보면 몬드리안이나 버넷 뉴만의 사각형을 연상시키지만 그들의 작품처럼 순수한 추상작품은 결코 아니다. 왜냐하면 그의 사각형은 현대사회의 조직과 네트워크, 그안에서 이루어지는 소통과 단절의 상징 등 주제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추상의 외양으로 통용돼온 사각형을 차용, 추상미술의 해체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상업간판에 쓰이는 원색의 형광안료인 데이글로나 건물에 바르는 롤라텍스 등을 안료로 이용, 모더니스트들이 두려워하는 속세, 키치의 세계로 작품을 이끌고 있다.
윤태건 카이스 갤러리 큐레이터는 『감옥의 이미지는 현대사회의 억압을 의미한다』면서 『미셸 푸코의 이론에 근거, 모더니즘의 이상주의와 형식주의를 조소, 풍자한 작품들』이라고 말했다.
또 격자 화면 위에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는 만화적 이미지의 벽화 작업은 학교 공장 병원 주택 등 도시구조물의 일사불란한 사각형을 통해 사회체제의 모순과 억압에 대해 고발하고 있다.
네오 지오의 열기는 80년대 후반 들어 미술품 거래를 촉진하기 위한 수단, 미학적 성취보다는 미술계의 출세지상주의를 위한 수단이란 혹평 속에 점차 식고 있지만 작가들만은 이러한 사회적 메시지 때문에 여전히 폭넓은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7일 오후 4시 30분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특강이 마련된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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