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년 4월5일 그날의 설렘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날 나는 충북 제천시의 한 민둥산에 올라 군중연설을 했다. 학창시절, 장교시절, 그리고 회사에 들어와 기획조정실장 등을 하면서 군중 앞에 설 일이 틈틈이 있었지만 그날만큼 설렌 적이 한번도 없었다. 단순히 사람이 많고 낯선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그날 나는 우리 회사의 자연녹화캠페인인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기금에 의한 첫 기념조림행사를 제천시에서 주관하고 있었다. 큰 길에서 조림 예정지까지 가는 시골 소로가 전날 온 비로 진흙탕이 되었는데도 수백명 초청 인사들이 30분 이상 불평없이 걸어와 주었던 것이 감격스럽기도 했지만 그날은 안식년 이후 내내 간직해온 조그만 꿈이 마침내 이루어지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안식년을 호주와 미국에서 보냈다. 내가 방문했던 도시들은 아름다운 숲, 깨끗한 호수와 항만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 아름다운 경관, 그 건강하고 우람한 숲, 그 쾌적한 주거환경과 삶을 부러워만 할 수는 없었다. 한때는 금수강산이라고 불렸던 우리나라에서 꼭 재현해 보고 싶었다. 사회공헌을 중시하는 유한의 전통과 합작투자선의 지지, 그리고 당시 임원들의 성원 속에 그 꿈은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라는 캠페인으로 이 땅에 태어날 수 있었다.
84년 8월14일 반년여의 우여곡절끝에 산림청과 당시 산림조합중앙회에 첫 기금을 전달할 때만 해도 산림청과 산림조합은 민간에 의한 기금 조성운동을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그러나 85년4월5일 제천시에서의 첫 공식 기념조림 행사 이후 산림청과 산림조합중앙회는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 덕에 매년 식목일을 전후해 많은 신혼부부들을 초청, 생명의 나무심기 기념행사를 올해로 15년째 할 수 있었다.
100년 사업이라고 하여 산림녹화사업은 정부만이 해야 하는, 또 정부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사업으로 치부되던 사회통념이 깨지면서 시민과 기업이 참가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 이후 민·학·연·관은 산림녹화 분야에서만은 잘 협력해 그린캠프라는 여름 숲속 환경학교를 개설해 15회째를 운영해오고 있다.
이 행사들을 통해 숲과 자연과 각별한 인연을 맺어 생명운동의 동지가 되는 수만명의 신혼부부와 학생들을 만나 보는 것 또한 남다른 설렘이다. /문국현 유한킴벌리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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