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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마음] 시골장터의 씨앗파는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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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마음] 시골장터의 씨앗파는 할머니

입력
1999.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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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담양군 창평은 광주서 16㎞ 정도 떨어져 있지만 그곳서 직장생활을 하던 남편과 함께 수년간 산 적이 있다. 이때문에 5일장이 서는 날이면 지금도 자주 찾는다. 창평장은 조그만 시골장이기 때문에 물건이 뻔하다. 식품과 농사 관련 제품이 주종을 이룬다. 곡물전 어물전 채소전 과일전 닭전 농기구전이 시장을 거의 차지하고 피복전과 신발전이 시장 사이에 끼어있는 정도다.십여년전 그곳서 살 때의 일이다. 전세사는 집에는 텃밭이 있었는데 그냥 놀리는 게 아까워 시금치라도 심기 위해 씨앗전을 찾았다. 씨앗전이라 해봐야 환갑이 넘어보이는 할머니가 시장 바닥에 각종 씨앗을 벌여놓고 찾아오는 손님에게 하나 둘씩 파는 그런 곳이었다. 그 할머니는 손님이 뜸하면 씨앗 그릇을 한쪽으로 밀어놓고 낮잠을 즐기곤 했다.

그해 8월 중순 내가 찾았을때도 할머니는 잠을 자고 있었다. 깨워서 시금치 씨앗 1,000원 어치를 달라고하자 할머니는 이렇게 말하며 거절했다.

『더운 여름에 시금치 파종이 먼 말이여. 지금은 안되닝께 찬바람 나먼 와』

할머니의 퉁명스런 거절을 뒤로 하고 시장을 나오면서 나는 묘한 생각이 들었다. 다들 이익을 남기기위해 과장, 속임수까지 동원하는 마당에 할머니는 손님을 위해 씨앗 팔기를 거절했다. 할머니때문에 나는 헛걸음을 했지만 손님 입장에서 물건을 팔려한 할머니의 행위는 미워할 수 없는 것이고 오히려 높은 평가를 받아야한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흙먼지 날리는 시장바닥에서도 양심을 지키고 있는 노인이 결코 초라하게 보이지 않았다.

그 뒤 나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계절에 맞는 채소 씨앗을 그 할머니에게 여쭙고 할머니의 지시에 따라 파종을 한다. 광주로 이사온 후에도 나는 창평 5일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는데 그 미련속에는 씨앗장수 할머니의 모습이 크게 그려져 있다. 찬 바람이 났으니까 대형 화분에 뿌릴 상추 씨앗을 구하기 위해 곧 할머니를 찾아가야겠다. /천옥희·광주 북구 일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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