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작게, 보다 쓰기 쉽게」이 두가지 개념을 중심축으로 진화를 거듭해온 컴퓨터는 이제 사람의 몸과 일체가 돼 음성, 몸짓, 생각으로 작동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사람과 교감하는 이른바 「휴먼 컴퓨터」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가장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분야는 「입는(Wearable) 컴퓨터」. 안경은 영상출력, 귀고리는 음향, 반지는 마우스, 벨트는 본체 등으로 액세서리에 컴퓨터 기능을 부여해 이동성을 극대화한 것을 말한다. 미 MIT 미디어랩은 지난해 벨트와 안경으로 구성된 「스마트 의복」 시제품을 내놓았다.
이를 걸치고 낯선 사람을 만나면 입체안경에 장착된 카메라가 인상착의를 분석, 벨트 컴퓨터 데이터베이스에서 인적사항을 찾아 알려준다. IBM 알마덴연구소는 올초 입는 컴퓨터 착용자간 정보교환을 위한 「개인 네트워크」(PAN)시스템을 개발했다. 악수하거나 손끝을 마주대면 상대방의 인적사항을 자동으로 수집해주는 장치로, 수집된 정보는 주머니속 컴퓨터에 저장했다가 PC에 옮겨 보관하면 된다.
문제는 전원(電源) 확보. 이 분야에서는 일본 후지쓰연구소가 진행중인 「로파워 테크」프로젝트가 주목을 끈다. 저전력 반도체를 이용해 배터리없이 인체에 흐르는 미세전류만으로 컴퓨터를 움직이는 기술로, 입는 컴퓨터의 상용화를 앞당기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몸짓이나 생각으로 움직이는 컴퓨터 개발도 한창이다. 미 바이오컨트롤 시스템사는 최근 피부 등에 부착한 센서를 통해 근육이나 안구, 두뇌에서 발산하는 생체신호를 감지해 작동하는 「바이오 컴퓨터」를 선보였다. 일본 NTT 휴먼인터페이스연구소는 소리를 내지 않고도 머리속으로 생각만 하면 미세하게 변하는 뇌파를 잡아내 인식하는 컴퓨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같은 휴먼 컴퓨터가 2010∼2020년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뉴밀레니엄 말기쯤에는 컴퓨터를 입고 걸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예 사람의 몸속에 내장하는 컴퓨터가 등장할지도 모
른다.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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