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페스티벌이 제 자리를 잡아가는 느낌이다. 예술의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가을 시즌 공연은 지난달 25일 개막 이후 지금까지 평균 객석 점유율 70%, 그중 유료관객 70%의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오페라 페스티벌이 처음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오페라는 관객이 없다는 게 통념이었다. 초대권을 왕창 뿌려도 극장 객석의 절반 채우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예상과 달리 오페라 페스티벌은 흥행에 성공, 올해부터 봄 가을 두 차례로 확대됐다.올 가을 시즌을 장식하고 있는 세 편의 오페라 중 무대 완성도에서 가장 앞선 것은 「라보엠」이다. 지난해에 이어 연출을 맡은 이소영은 더욱 다듬어지고 생기 넘치는 섬세한 무대를 만들어냈다. 주역가수 중 가장 돋보인 것은 마르첼로 역의 바리톤 우주호다. 여주인공을 맡은 두 소프라노 조경화·김수정도 아름다운 「미미」로 기억될 것이다.
베를리오즈의 「파우스트」는 오페라로 만들기엔 골치 아픈 작품이다. 베를리오즈는 드라마에 음악을 입힌 게 아니고 자신의 장기인 정밀한 관현악과 합창 솜씨를 보여주기에 좋은 장면만 골라 띄엄띄엄 이어놨기 때문이다. 연출가(문호근)는 고민할 수밖에 없다. 계속 들락날락하는 합창단의 움직임 등 어수선한 무대는 그러한 고민이 잘 해결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단, 4막에서 숨어있던 무대가 위로 솟아오르며 지옥이 입을 벌리는 장면은 장관이다. 불만스런 무대와 달리 관현악(장 위브 오송스 지휘 코리안심포니)은 상당히 잘 훈련된 소리를 들려줬다.
파우스트 역의 테너 이중운은 결 고운 미성으로 감성을 자극했고 또 한 명의 파우스트 김재형은 힘과 표현력으로 눈과 귀를 붙들었다. 마르가리트 역 메조소프라노 김현주의 시원스런 가창과 노련함 이상으로 높이 점수를 줘야 할 것은 메피스토를 맡은 바리톤 김동섭의 열연이다. 배역을 철저하게 소화해내는 자신감이 단연 두드러졌다. 기괴하고 어지럽게 느껴지는 이 별난 오페라가 표류하지 않은 데는 그의 역할이 컸다.
정갑균이 연출한 「나비부인」은 깔끔한 무대였다. 단순하고 현대적인 무대디자인 뿐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동선 처리, 조명 등 여러 요소가 잘 정돈됐다. 초초상 역의 소프라노 김영미, 핑커톤 역의 테너 이현이 호연했다.
오페라 페스티벌은 10일로 끝난다. 6·10일 「파우스트」, 8일 「라보엠」, 9일 「나비부인」 공연이 남아있다. 평일 오후 7시30분, 일요일 오후 4시. (02)580_1300
오미환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