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늙지도 병들지도 않으면서 오래오래 살면 얼마나 좋을까.코미디영화인 「오스틴파워」의 주인공 오스틴파워는 비록 영화속이지만 이같은 인류의 오랜 꿈을 냉동인간을 통해 실현했다. 67년 냉동된 오스틴파워는 32년 뒤인 99년에 젊은 모습으로 되살아나 악당들과 싸움을 벌인다. 수세에 몰린 악당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냉동상태인 주인공의 몸에서 힘의 원천인 성(性)적 에너지를 훔쳐가고 주인공이 뒤를 쫓으면서 이야기는 엎치락 뒤치락 이어진다.
오스틴파워가 냉동된 67년은 실제 냉동인간이 탄생한 해이다. 당시 75세였던 미국의 심리학자인 베드포드박사는 사망 직전 냉동상태에 들어가 냉동인간 1호를 기록했다. 그는 암치료를 위해 액체질소를 채운 영하 196도의 금속용기안에 들어가 깊은 잠에 빠졌다. 그 뒤를 이어 불치병을 고치기 위한 사람들이 자원, 현재 미국 알코어생명연장재단에 33명의 냉동인간이 보존돼 있다.
냉동을 위해서는 가수면 상태에 빠진 사람의 체온을 조금씩 내려 30분이내에 섭씨 3도까지 낮춘다. 체온이 섭씨 30도까지 떨어지면 심장이 멎고 20도이하에서는 뇌의 대사기능이 멈추는 순환정지상태에 머물게 된다. 이 상태에서는 신진대사를 위한 산소공급이 필요없기 때문에 심장이 멎은 채 살아있는 가사상태에 이른다.
이어 12시간 정도 걸려 혈액과 체액을 서서히 빼내고 세포를 파괴하는 얼음결정이 생기지 않도록 동결방지제를 체내에 주입한다. 주입이 끝나면 영하 79도에서 인체를 급속냉동하고 용기에 넣는다. 냉동용기는 유리로 묘사한 영화와 달리 영하 196도의 액체질소를 채운 금속캡슐.
그러나 냉동인간들이 영화처럼 미래에 정상적으로 깨어날 수 있을 지는 아무도 모른다. 계획대로 2030년께 냉동인간들을 정상적으로 깨우려면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무리가 따른다. 영화도 그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해서인지 해동방법은 묘사하지 않았다.
의학계에서는 제한적으로 사람의 체온을 떨어뜨려 1시간 정도 동면에 들게 하는 인공동면이 저체온수술법이라는 이름으로 심장수술 등에 쓰이고 있다.
최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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