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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방송언어 잘못된 발음 너무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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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방송언어 잘못된 발음 너무많다

입력
1999.10.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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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TV, 라디오 방송에서 표준한글맞춤법, 특히 발음(읽기)문법에 어긋나는 일부 특수지역 방언이 자주 나타나 국어 순화운동을 역행하고 있다. 이는 다른 지역 청취자들에게 혐오감을 주고 지역감정을 부채질할 우려가 있다.15세기초 로마의 시기스문트 황제가 대주교협의회에서 라틴어로 연설을 하다가 몇 군데에서 문법적인 오류를 범하자 한 대주교가 이를 지적했는데 황제는 『짐은 모든 법 위에 군림한다』며 자신의 권위만 내세웠다. 그러나 대주교는 이에 굴하지 않고 『왕도 문법을 따라야 한다』고 맞섰다. 이처럼 문법은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법중의 법이다.

우리 한글은 조상의 빛난 얼이 담기고, 장구한 세월에 걸쳐 갈고 닦고 지켜온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그런데 요사이 방송에서 한글이 잘못 발음돼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유산이 손상되고 있음을 느낀다. 이러다간 잘못된 발음법이 올바른 표준 발음법을 몰아내는 결과가 오지 않을까 걱정된다.

첫째, 종성(받침) 「ㄱ」 뒤에 초성 「ㅎ」이 따라붙으면 이들이 결합되어 「ㅋ」으로 발음되어야 하는데도 그냥 「ㄱ」으로 발음되는 현상이다. 「생각하다(=생가카다)」가 「생가가다」로, 「지적하다(=지저카다)」가 「지저가다」 등으로 발음되는 경우다.

둘째, 종성 「ㅂ」이 초성 「ㅎ」과 결합되면 「ㅍ」으로 발음되어야 하는데도 그냥 「ㅂ」으로 발음되고 있다. 법학(=버팍)」이 「버박」으로, 「복잡하다(=복자파다)」가 「복자바다」 등으로 발음되는 경우다.

셋째, 종성 「ㅅ」과 초성 「ㅎ」이 결합되면 「ㅌ」발음이 되어야 하는데 「ㄷ」으로 발음되는 현상이다. 「못한다(=모탄다)」가 「모단다」로, 「비슷하다(=비스타다)」가 「비스다다」등으로 발음되는 경우다. 그 외에도 적지 않은 오류들이 남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문법을 무시하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방송언어에서 이러한 박력없는 발음들이 계속 방치된다면 다음 세대의 국어 발음교육과 심리·정서면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 뻔하다. 왜냐하면 언어는 인간의 의식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국법준수 못지 않게 자기나라의 아름다운 말과 글과 문법을 사랑하고 잘 지켜나가는 일은 한 문화국민의 자랑스러운 권리이자 의무가 아닐까 한다. /이명우 충북대교수·독어독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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