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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반개혁 집단의 전화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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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반개혁 집단의 전화폭력

입력
1999.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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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주의 시절 재야 민주화세력과 야당인사들은 도청·감청만이 아니라 각종 국가정보기관의 전화염탐과 전화협박에 시달렸다. 필자도 5·6공화국 시절 내내 도청, 전화염탐, 전화협박에 큰 정신적 고통을 당했다. 이 전화폭력은 필자가 한 국내신문에 칼럼을 기고하던 독일 유학시절 대학기숙사 전화에까지도 날아들었고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뒤에는 더욱 잦아졌다.필자의 동창, 군복무 시절 전우 등을 가장한 기관원들은 이것저것 묻다가 대화도중 신분이 거짓으로 탄로나면 즉각 비아냥과 욕설을 퍼부었다. 이렇듯 전화「염탐」은 늘 전화「협박」으로 바뀌곤 하였다. 그러다 이 다양한 전화폭력은 93년 2월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한 날부터 신비스럽게도 말끔히 사라졌다. 이 신비체험과 함께 필자는 문민정부의 출범을 진정한 「해방」으로 체감했다.

문민정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정치적 전화폭력 외에도 사회적으로 만연된 전화폭력을 막기 위해 새 법규를 입법화한 바 있다. 문민정부의 출범과 전화폭력방지법 덕택에 필자는 국가정보기관의 정치적 전화폭력을 어두웠던 과거의 일로 잊을 수 있었다.

그런데 국민의 정부가 재벌개혁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갑자기 신종(新種) 전화폭력이 나타났다. 이 신종 전화폭력은 국가정보기관이 아니라 반개혁적 민간집단들이 바로 정부고위인사 또는 브레인들에 대해 자행하는 「역방향」의 언어폭력이라는 데 그 특이성이 있다.

재벌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담은 8·15 경축사가 발표된 다음 날부터 필자의 연구실 전화든 집 전화든 가리지 않고 전화폭력이 날아들었다. 전화협박의 내용은 대개 『가만히 두지 않겠다』 『두고보자』는 것들이다. 당시는 방송·언론에서 재벌개혁 논쟁이 한창이던 때였기 때문에 어느 집단이 이 비열한 전화폭력을 자행했는가는 불문가지(不問可知)이다.

이 재벌개혁 관련 전화폭력이 겨우 잠잠해 진 뒤 얼마 안 있어 새로운 전화폭력이 또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보광그룹 회장 홍씨의 구속을 앞둔 시점에 필자의 「언론의 자유와 횡포」라는 칼럼을 실은 「대한매일」의 10월 2일자 가판이 나간 1일 저녁부터였다. 독자를 가장한 사내들과 정체불명의 「기자들」은 10월 1일 밤 10시경부터 2일 새벽 1시경 전화 코드를 뽑아버릴 때까지 줄곧 전화폭력을 자행했고 코드를 살리자 4일 아침부터 다시 시작했다.

어느 집단이 이 익명의 비열한 전화폭력을 자행하는 지는 명확관화(明若觀火)한 것이다. 홍씨의 개인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를 「언론탄압」으로 이해하는 일부 홍씨 충성파 기자들의 『5적, 7적을 죽이겠다』는 공개 협박과 현정부 고위관리들에 대한 언론사상 유례없는 일방적 언론폭력 시리즈는 필자에게 가하고 있는 전화폭력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끊으면 다시 걸어 욕설을 섞어가며 『글 제대로 써라』 『그것도 글이냐』 『어용교수』등의 허튼 소리로 대통령자문 교수를 협박하는 이들의 반복행각은 수년 전 제정된 전화폭력방지법상의 명백한 범죄행위이다. 반개혁집단이 가하는 이 「역방향」의 전화폭력은 어처구니없는 일로 느껴지면서도 「우리 나라가 참 많이도 민주화되었구나」하는 역설적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그러나 과거 정보기관의 전화폭력보다 훨씬 고약한 이 「역방향」의 전화폭력은 개인적으로 관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고 있다. 앞으로는 전화폭력방지법을 잠재우는 일이 결단코 없을 것임을 공개적으로 경고한다. 기업주 겸 언론사주가 막강한 대언론사를 배경으로 저지른 중범죄에 대한 비판을 전화폭력이라는 또다른 범죄행위로 저지하려는 시도는 바로 청산되어야 할 초법집단의 범법행위이기 때문이다. /황태연 동국대교수·정치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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