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출범할 자민·자유·공명(自自公) 보수대연정의 성격은 4일 3당 당수회담에서 최종 매듭된 정책협의 내용에서 그대로 드러난다.정치적 이해가 상충하는 의원정수 삭감·정치자금 문제를 두고 3당은 지리한 줄다리기를 거듭한 반면 헌법·안보 문제에 대한 논쟁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개헌의 최종절차인 국민투표에 대한 법규정이 없으니 우선 그것을 만들자는 자유당의 주장에 대한 논란이 헌법문제의 유일한 쟁점이었다. 또 안보문제를 두고 각론의 차이는 있었지만 자위대의 역할 증대 및 안보체제의 정비라는 공감대는 탄탄했다.
자유당이 국민투표법 제정 주장을 관철하지 못하는 등 헌법문제에 대한 3당의 구체적인 합의는 없었다. 내년 정기국회부터 중·참의원 헌법조사회가 헌법의 모든 것을 논의한다는 점에서 당초 3당이 특별한 합의에 이를 필요가 없었다.
주목해야 할 것은 공산당, 사민당과 함께 「호헌(護憲)」전선을 형성했던 공명당이 개헌진영으로 넘어갔다는 점이다. 내년 총선을 통해 의석 분포는 바뀌겠지만 전후 최초로 중의원에서 개헌 진영이 개헌안 발의에 필요한 재적의원 3분의 2선을 넘어 선 것은 상징적이다.
유사법제 정비와 자위대의 유엔평화유지군(PKF) 참가 동결 해제에 대한 3당의 합의는 이런 우려를 크게 하기에 충분하다. 일본 유사시 자위대의 활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유사법제 정비는 기본 생활권의 제한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PKF참가 문제는 집단적 자위권 문제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결국 헌법문제로 귀착된다.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총리는 이미 자민당 총재경선 과정에서 헌법 9조도 국회 개헌논의의 예외가 아님을 강조한 바 있다.
물론 현 평화헌법이 당장 개정될 수는 없다. 자민당조차도 「오부치 정권하에서는 개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보수대연정은 21세기 초에 이뤄질 개헌, 특히 「국제적 공헌」으로 해석되는 「개입」의 범위를 넓히는 헌법 개정의 발판을 다질 것이다. 일본은 전후 50년간 안주해 온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선택을 해야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헌법9조]
1. 일본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하는 국제평화를 성실히 희구하며 국권의 발동에 의한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및 무력의 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는 영구히 방기(放棄)한다.
2. 전항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육·해·공군 및 기타 전력은 보지(保持)하지 않으며 국가의 교전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 재일동포 참정권 실현에 서광
자·자·공(自自公) 3당이 보수대연정 출범을 앞두고 외국인 지방참정권의 조기 실현에 합의했다. 이로써 민단의 숙원인 재일동포 참정권 실현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3당은 정책합의에서 「이르면 내년 정기국회에서의 입법조치」에 합의했다. 그동안 반론을 굽히지 않았던 자민당이 공명당의 강한 주장에 한걸음 물러선 형태다. 그동안 자민당이 든 반대 이유는 상호주의 원칙과 국적조항 등이었지만 재일동포의 전통적인 반자민당 성향이 실제 이유였다. 가장 큰 이해를 가진 공명당은 이 문제에 대한 자민·자유당의 양보를 중의원 비례대표 삭감과 맞바꾸었다고도 할 수 있다.
자유당이 들고 나온 「국교가 없는 나라의 국적자는 제외」라는 단서에 대한 잠정 합의가 있어 이대로라면 조총련계 동포들의 참정권은 인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그 경우 65년 한일협정 체결 직후 「조선적」으로 통일돼 있던 동포사회가 한국 국적 선택 여부로 겪었던 혼란이 재연할 가능성도 있다.
동포들의 권익 신장과 동포사회의 갈등 격화는 현재 재일동포가 처한 환경에서는 어쩔 수 없는 동전의 양면이다. 한편으로 참정권 확보가 재일동포의 귀화를 촉진하리라는 관측도 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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