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보광그룹 사주인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을 탈세혐의로 구속한 것을 둘러싸고 어지러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검찰과 보광사주 홍석현씨는 뒷전에 머문채 중앙일보와 정부가 각기 「언론탄압」과 「비리척결」을 내세워 대국민 홍보전에 총력을 쏟는 모습이다. 여기에 여·야와 시민단체, 국제언론기구, 언론학자들이 나름대로의 논리로 가세하고 있어 혼란스럽다.국민이 보기에 탈세를 처벌해 조세정의를 구현하는데 언론사주가 성역일 수 없다는 정부쪽 논리는 지극히 옳다. 그러나 중앙일보측이 권력과의 갈등을 전례없이 구체적으로 공개, 언론 길들이기라고 주장하는 것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그밖에 다른 견해와 주장은 원론적이거나 일방적인 것이어서 시비를 분별하는데 큰 도움이 안된다.
결론부터 말해 우리는 이번 사태로 우리 언론과 권력 현실, 특히 양자 관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에 참담함을 느낀다. 그러나 다른 한편 언론과 권력이 각자 바른 길을 되찾는데 이번 논란이 도움이 되는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총체적인 옳고 그름을 가리는 것은 결국 국민 몫이지만, 언론과 권력이 모두 진솔한 자기성찰을 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마땅히 그래야 한다.
먼저 국세청과 검찰이 탈세를 파헤친 의도가 무엇이든간에, 수십억원이 넘는 탈세혐의가 드러난 것을 「언론탄압」 주장으로 모두 묻을 수는 없다. 언론 선진국에도 권력의 언론통제 기도는 있고, 바로 이때문에라도 언론 소유주는 정치사회적 영향력이란 명예와 기업가적 성공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선진 언론들이 체득한 교훈이다.
둘을 동시에 추구하면서, 그것도 법적·도덕적 흠결을 안고서는 권력의 통제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 이런 당위를 외면한채 정부의 간섭과 보도굴절 사례를 공개하는데 매달리는 것은 「양심선언」차원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권력쪽에도 중대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고위 언론담당자들이 중앙일보측과 벌였다는 갈등사례들을 보면 언론자유를 존중하는 의지가 부족한 흔적이 있다. 권위주의 정권들이 훨씬 강압적이면서도 은밀하게 언론을 억누른 것을 생각하면 그것도 민주적 발전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진정 「국민의 정부」답게 언론에 대해 좀 더 민주적이고 의연하지 못했던 것은 심각하게 반성할 대목이다. 그런 자세가 권력에도 이롭지 못한 논란을 초래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정부와 언론이 혼란스런 논쟁을 마냥 확대할 것이 아니라, 각자 원칙을 지키되 스스로의 잘못을 돌아보고 바로잡을 것을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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