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이후 발굴한 미국, 러시아, 중국, 남·북한의 한국전쟁 관련 문서를 바탕으로 도쿄대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명예교수가 쓴 「한국전쟁」(창작과비평사 발행)이 번역 출간됐다.외교안보연구원 서동만 교수가 옮긴 이 책은 한국전쟁에 관련된 가장 최근 문서에 바탕해 전란을 재평가한 점이 큰 특징이다. 와다 교수는 최신 자료들로 사건 해석의 틀을 수정하는 등 실증에 바탕해 한국전을 조명하려는 노력을쏟았다.
지은이는 전쟁이 남북 분단정부 수립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이면서 일제 식민지와 미소 분할점령등의 구조적인 연관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는 브루스 커밍스 등의 연구성과를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거기에 더해 미국학자들이 놓치기 쉬운 러시아와 중국의 공개 자료를 추가해 한국전쟁이 내전에서 「중·미전쟁」으로 확대했고 한국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던 전쟁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이 책은 중국혁명, 즉 항일전쟁과 국공내전의 연장선에서 한국전쟁을 바라보는 점이 이채롭다. 「동북아 국제공산주의 운동의 연대」. 와다 교수는 이런 관점에서 중국 공산당과 북한 지도부의 움직임을 포착함으로써 서구 학자들이 발견하기 어려운 전쟁 읽기의 새로운 방식을 보여준다.
베일에 가려있던 한국전쟁을 전후로 한 일본 공산주의 운동과 혁신계 , 재일 한국인들의 움직임도 드러나 있고, 병력을 섬멸시키는 전술을 채용한 북한에서울 사수 전술을 쓰지 않고 한국군 병력을 유지시킨 이승만 전대통령의 대응을 새롭게 평가하는 대목도 눈여겨 볼 만하다.
와다 교수는 60년대 베트남전쟁 반대 시민운동에 참여했고, 70, 80년대는 한국의 민주화운동에 협력하는 한일연대운동을 주도했다. 나라 사이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연구에서 놀랄만한 균형 감각을 유지한 것도 이같은 경력에서 비롯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옮긴이는 86∼96년 일본 도쿄대 대학원에서 와다 교수에게 수학했다.
김범수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