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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벤츠타는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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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벤츠타는 무관

입력
1999.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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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통치의 서슬이 시퍼렇던 5공시절, 유럽의 한 공관에서 있었던 일이다. 주재관까지 합쳐 10명 남짓한 중간급 규모의 이 공관에서 대사에게 갑작스런 본국출장 일이 생겼다. 문제는 대사가 귀국길에 오른 다음날 부터 발생했다. 대사주재 일상회의가 이날 부터는 서열상 차석인 공사주재로 바뀌게 됐기 때문이다. 당시 이 공사는 2급승진을 눈앞에 둔 고참 3급직 외교관이었다. 공사주재 회의에 무관과 안기부 주재관이 불참했다.■불참이유를 밝히진 않았지만 『3급공사 주재회의에 2급이 어떻게…(무관)』였고 『무관도 참석않는 다는데 「내가 뭐하러…」(주재관)』가 속내였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외교의 정상적 가동을 믿었다면 착각도 이만저만 아니다. 당시 무관들은 대개의 경우 중령이면서도 대령계급장을 단 속칭 「마에가리(前借)대령」이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이사관(2급)대우를 받았다.

■과문한 탓인진 모르나 문명국 치고 무관이 참사관(3급)보다 높은 직급을 받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세계 테러국들의 위협에 노출돼 있는 미국 무관은 1등서기관 대우다. 또 대부분의 문명국도 대개 이런 수준이다. 다른 것이라면 몰라도 이런 점은 국제사회 규격에 맞춰야 한다. 특히 국민의 정부에서는 군사통치 잔재를 과감히 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기 짝이 없다.

■감사원의 법사위 제출 국감자료에 따르면 국방부가 지난해 9월 현재 영관급 무관 56명에게 벤츠를 공용차량으로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상당수에겐 기사까지 붙였다. 차값만도 한화로 21억여원이고, 전용기사 고용비와 유지비로 9억원의 혈세를 낭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IMF사태로 허리띠를 졸라맬 때였는데도 말이다. 2급, 3급인 공사, 참사관은 개인차량의 공용운영시 운영비만 지원받는 실정과도 어긋난다. 아직도 무관이 공사나 참사관 위에 있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했다면 문제다. /노진환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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