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언어생활의 표준을 제공하고 한민족의 언어적 동질성 회복에 힘쓰며 5,000년 문화민족의 자긍심을 고취한다. 92년부터 100억원의 예산을 들여 만들어 온 「표준국어대사전」(전3권·8,000여 쪽)의 첫 권이 한글날인 9일에 맞춰 출간된다. 나머지 2권은 올해말에 나온다.국내 최대 규모인 50만 어휘가 담긴 「표준국어대사전」 편찬은 「국어사전의 역사를 새로 쓴다」는 얘기를 들을 만큼 중대한 문화사업으로 평가돼왔다. 92년 발간된 한글학회의 「우리말 큰 사전」의 41만 단어, 옥스퍼드 영어사전(1928년 발행)의 41만 단어를 뛰어넘는 방대한 규모다. 국가(국립국어연구원)가 국어사전을 직접 제작하기도 정부 수립 후 처음이다.
우리말 가운데 언어생활이나 사전에서 혼란스럽게 사용돼온 어휘들의 표준형과 표준발음을 제시하고 통일시대에 대비해 북한어가 처음으로 국어사전에 체계적으로 반영됐다.
한창 인쇄작업 중인 「표준국어대사전」의 규모와 내용은 공식 발표되지 않았지만 거의 드러난 상태이다. 이 국어대사전은 일반어 25만(중복어 포함), 전문어 24만, 북한어 3만, 방언·고어 7만 어휘를 수록하고 있다. 교정·수정작업에만 연구원, 학예연구사, 편수원, 조사원을 포함해 200여명, 편찬·감수에 국어학자 수백명이 참여했으며 삽화 1만 컷도 실렸다.
「표준국어대사전」은 국어사전의 길라잡이 역할을 할 예정이다. 현재 나와 있는 수십종의 국어사전들은 현행 언어규범을 상당 부분 지키지 않고 있다. 제작 실수 차원이 아닌 감수자의 확신에 따른 것이다.
이에대해 「표준국어대사전」은 한글맞춤법과 표준어 규정에 어긋나게 쓰고 있는 사례들에 대해 표준형을 제시하고 있다. 또 기존 사전 간에 차이가 나타나는 것도 바로 잡았다.
어원에 대해 충실한 정보를 반영한 것도 이 사전의 특징. 최초의 출현형과 어원 출현 문헌을 제시했다. 또 문법 정보도 충실히 실었다. 기존 사전은 동사를 자동사와 타동사로만 구분하고 있으나 이 사전은 동사가 활용되는 다양한 쓰임새를 보여 주고 용언과 어미가 결합할 때의 발음을 소개하고 있다.
뜻풀이를 보완하기 위해 우리 국어사전의 제일 약한 부분인 용례를 풍부하게 제시한 게 이 사전의 강점. 각종 자료에 나오는 5,000만 어절(소설 약 1,000권 분량)을 사전 편찬에 활용했다.
그러나 국어학계의 「맏형」 격인 한글학회가 이 사전편찬작업에 참여하지 않았고 「사이 시옷」 쓰임새 등에 이견을 보이고 있는 점 등은 문제로 남아있다.
서사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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