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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시인16인] 나무의 살이에서 삶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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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시인16인] 나무의 살이에서 삶을 배운다

입력
1999.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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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밑에 서면 비로소 그대를 사랑할 수 있다」(나무생각 발행)는 이른바 「테마 북」(Thema Book)이다. 나무라는 한 가지 사물을 주제로 삼아 우리 문단의 대표적인 소설가·시인 16명이 새롭게 쓴 글들의 모음이다. 왜 「나무」일까. 그것은 곧 나무의 푸르름, 그리고 벌레와도 공존하는 나무의 그 생명성 때문이다.길가에 가로수로 옮겨 심어진 백목련 가지에서 새 꽃눈들을 모두 따내는 한 노인을 보고 한 소년이 물었다. 『할아버지는 나무를, 꽃을 사랑할 줄 모르세요』. 노인은 대답했다. 『착하고 똑똑한 아이로구나. 하지만 아직 네가 모르는 일이 있단다』 노인은 나무들은 제 꽃을 피울 때면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이 아기를 낳는 것만큼 힘을 들여 꽃눈을 피우려 한다, 새로 가로수로 옮겨 심어진 나무도 약한 제 뿌리부터 내려야 하지만 그러기도 전에 꽃눈을 틔우려 한다, 그래서 시들어 죽는 일도 생기기 때문에 미리 꽃눈을 따줘야 한해 동안 힘을 얻어 다음 해에는 더 아름다운 꽃을 많이 피우게 된다고 이야기해준다.

소설가 이청준(60)씨는 「한해 살이 나무」란 글에서 노인의 입을 빌어 『다른 데서 꽃봉오리를 맺은 나무를 옮겨 심어 겨우 한해 꽃을 보고, 다시 이듬해엔 또 다른 나무를 옮겨 심으며 자신들도 차츰 그 가엾은 한해 살이 사람꽃들이 되어가는 세상』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소설가 성석제(39)씨는 잎사귀를 갉아먹어 나무를 해치는 것처럼 보이는 나비의 애벌레가 자라서 나비가 되고, 그 나비가 나무의 꽃가루를 다른 나무의 암술에 운반해 튼튼한 생명력을 지닌 새로운 나무의 후손을 기르는 것을 「황금 수레바퀴」라며 역시 자연의 신비한 순환을 이야기한다.

소설가 이제하 최인호 송영 오정희 김채원 김지원 서영은씨, 시인 김용택 정호승 이문재 안도현 장석남 함민복씨와 장원 녹색연합 사무총장이 각자의 색채를 지닌 글을 썼고, 화가 임효씨가 글에 맞는 그림을 그렸다. 나무의 살이에서 배우는 사람의 삶이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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