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에 대한 국세청의 특별세무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재계에서는 「DJ정권과 한진그룹의 끝없는 악연」이라는 관전평을 내놓고 있다.과거 정권과 밀월관계로 고속성장을 거듭했던 재계 굴지의 대기업이 현정권 출범후 혹독한 시련을 당하는 것에 대한 평가다.
현 정권과 한진그룹의 표면적인 갈등은 잇단 항공기 사고로 촉발됐다. 지난 4월 대한항공 화물기의 상하이(上海)공항 공중폭발사고까지 국민의 정부 출범후 크고 작은 사고가 14차례나 계속되면서 당시 조중훈(趙重勳)한진그룹회장 일가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이다.
대한항공은 잦은 사고로 인해 정부로부터 벌금과 함께 국내선 전노선과 국제선 일부노선 운항 감축이라는 결정타를 입게 됐고 국제적인 신인도도 크게 떨어지는 수모를 당하게 됐다. 이후 건설교통부 국정감사에서는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정부의 조치가 너무 심한 것 아니냐』며 반발하는 발언을 계속해 여권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상하이 사고 직후 국무회의석상에서 공식적으로 대한항공 문제를 언급, 소유와 경영의 분리에 의한 전문경영인체제 확립을 촉구하기도 했다. 결국 대한항공은 조중훈회장이 일선에서 퇴진하는 한편 조회장의 맏아들인 조양호(趙亮鎬)대한항공 전사장이 회장으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인 심이택(沈利澤)사장체제가 출범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그러나 심사장이 상하이사고 당시 정비를 담당하던 부사장으로 책임라인에서 비켜설 수 없다는 여론과 퇴진을 약속했던 조중훈회장이 한진해운 등 4개계열사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사실상 지금도 한진그룹을 직접 경영하고 있다. 대통령이 그룹 총수의 일선 퇴진을 촉구한 상황에 이르렀는데도 조회장이 자리를 계속 지켜, 정부와의 관계가 어색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한진그룹 경영진 교체(4월) 2개월만에 국세청의 특별세무조사(6월)가 시작됐다』며 『이로 인해 많은 억측이 나돌았던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조재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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