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불안으로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 현상이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연말 시중자금의 대이동현상이 예고되고 있다. 연말까지 2조원대에 이르는 공모주청약과 4조원대의 비과세상품 만기를 앞두고 자금시장은 벌써 술렁거리는 분위기다. 이와함께 대우사태 이후 투신권에서 은행으로 피난처를 옮긴 단기성 자금들이 시장상황에 따라 또 한번 급격한 이동을 할 것으로 점쳐진다. 투신권의 환매사태는 여전히 「휴화산」으로 남아있다. 여기에 Y2K(컴퓨터 2000년 인식오류)문제를 대비한 가계와 기업들의 현금확보 수요로 연말 금융권에서 천문학적인 규모의 자금유출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공모주청약 줄줄이 대기
지난달초 실시한 한국담배인삼공사 공모주청약에 몰린 돈은 12조원규모로 상장후 주가상승에 따른 단기차익을 노린 시중자금들이다. 공모주청약은 계속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7,000억원에 이르는 가스공사에서부터 아시아나항공 한솔PCS 등 연말까지 2조4,000억원대에 이르는 공모주 청약이 줄줄이 대기중이다. 대우사태이후 갈곳을 잃고 떠도는 시중자금들의 실체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만기 돌아오는 비과세상품
오는 21일부터 외환위기 이전부터 묶여있던 비과세 가계저축과 가계신탁상품의 3년 만기가 돌아온다. 금융계에 따르면 조흥 제일 등 12개 시중은행에 묻혀있는 이들 상품의 만기금액은 올 연말까지만 모두 4조8,000억원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관계자들은 이자에 대한 세금면제혜택에 만족했던 이들 자금이 외환위기 이후 시장여건이 180도 바뀐 마당에 고스란히 은행권에 남아있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보다 수익성높은 단기상품이나 부동산시장 등으로 옮겨갈 자금들도 적지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언제든지 뜬다
8~9월 두달간 투신권 공사채형 수익증권의 감소금액은 무려 32조8,100억원. 이중 상당수 금액이 대우쇼크를 피해 은행권으로 잠시 몸을 피했다. 같은 기간 은행예금은 26조4,211억원이나 늘었다. 이들 자금은 주로 마음대로 돈을 뽑아 쓸수 있는 수시입출금식 예금(MMDA)이나 1~3개월미만의 초단기성 정기예금에 집중됐다. 은행권에 눌러앉아 있을 성격의 자금들이 아니다. LG연구원의 강호병(姜鎬竝)연구위원은 『정부의 강력한 시장안정의지로 채권 및 주식시장이 제자리를 되찾을 경우 또 한번 금융기관간 자금의 역류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전문가들은 외환위기 이후 유례없는 고금리와 주가폭등 등으로 고수익에 철저하게 단맛을 들인 시중여유자금들이 갈수록 핫머니화하고 있다는 사실에 큰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다.
■현금대란
연말이 가까올수록 현금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Y2K로 금융시스템이 말을 듣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가계와 기업들이 「현금사재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따라 금융기관이 일시적인 유동성인 위기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이와관련, 한국은행은 최근 2조5,000억원에 이르는 신권제조에 돌입하는 등 현금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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