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을 발굴, 하루 아침에 톱스타로 키워내는 매니저들의 활약은 연예계에서 눈부시다. 그러나 고급 예술로 치부되는 클래식 분야에는 그런 매니저들이 없다. 공연 기획사들이 있지만 「돈이 되는」 유명 음악가를 중심으로 무대를 마련한다. 때문에 가난한 젊은 음악가가 대중앞에서 재능을 뽐낼 기회를 잡기란 하늘의 별따기이다. 오페라 가수였던 김형걸(金炯傑·29)씨가 클래식 음악분야의 매니저를 선언하고 나선 이유다.『누구나 스타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돈이 없어 능력을 검증받는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꿈을 접어야 한다면 비극 아닌가요』
지난 7월 강남구 논현동에 AM2라는 클래식 매니지먼트 회사를 차린 것도 『클래식 음악계의 풍토를 바꿔보자』는 바람에서였다. AM2의 목표도 대학생등 신인부터 기성세대까지 회원으로 가입한 모든 사람에게 거의 무료로 한번씩 무대에 오를 기회를 주는 것. 학생은 연 2만원, 일반 음악가는 연 5만원을 회비로 내면 된다.
현재 성악과 피아노를 전공하는 20대∼30대 해외유학파와 국내연주자 2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이들은 이달 하순께 강남의 소공연장인 마루홀 성악공연과 다음달 경기 평택의 문예회관에서 열리는 오페라공연을 통해 본격 활동에 들어간다. 김씨는 회원중에서 뛰어난 사람을 발굴, 스타로 집중 육성하기 위해 교수와 평론가로 자문그룹도 만들었다.
경희대 음대를 나온 김씨는 1년전만해도 촉망받는 오페라 가수였다. 지난해 일간지 전국 콩쿠르(성악부분)에서 2위에 입상했고, 예술의 전당에 올려진 모짜르트의 작품 「코지판투테」의 주역을 맡는 등 10여편의 오페라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러나 클래식 음악도에게 언제나 걸림돌은 돈 문제였다. 신인이 무대에 한번 서려면 수백만원씩 깨지고, 막대한 돈을 들여 해외유학을 다녀오고, 국제콩쿠르에 입상해도 그럴듯한 국내 무대가 없어 절망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저는 자선 사업가는 아닙니다. 그러나 폐쇄적이고 특정인에게 한정된 음악계의 풍토를 바꾸는 데 작은 불씨가 될 작정입니다. 관객이 있다면 지방을 막론하고 유능한 신인들과 함께 찾아가 클래식의 대중화에 기여하겠습니다』
아내(30)가 운영하는 웨딩 스튜디오에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생활한다는 그는 『무대에 서고 싶은 사람은 주저없이 노크해 달라(www.am2.co.kr.(02)545-8063)』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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