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발달 늦어도 항상 용기 심어줘"병천이는 학습 발달이 늦어 부모를 은근히 걱정하게 만들었다. 다섯살이 되도록 입에서 나오는 말이라고는 『예』『아니오』정도였고 입학전까지 한글을 깨우치지 못했다. 나은 점이 있다면 놀이같은 것을 할 때 푹 빠지는 집중력이 있다는 정도. 병천이는 학교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특별히 기억되지 않는 존재였다.
그런데 초등학교 4학년의 병천이. 공교롭게도 1학년에 이어 다시 담임을 맡게 된 선생님이 병천이의 학업 성적을 보고 깜짝 놀랐다. 모든 과목에서 뛰어난 성취도를 보이고 있었던 것. 『너, 병천이 맞니?』
병천이는 5학년때인 지난해 재능교육이 주최한 전국재능수학경시대회에서 3,000여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1등을 차지했다. 12년 대회 사상 100점 만점은 병천이가 처음. 어떻게 해서 이런 변화가 생긴걸까?
어머니 주선옥씨(39·주부)의 말. 『2학년(7살)때부터 어려운 단어나 신기한 장면을 맞닥뜨리면 『이건 뭐야?』하고 묻는 등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병천이가 호기심을 잃지 않도록 친절하게 대답해주었습니다. 병천이 몰래 사전을 뒤적이는 등 보이지 않게 신경을 썼지요』 병천이는 또래들이 빠르면 입학전에 떼는 구구단을 3학년에 시작했는데 이틀만에 모두 외워버리기도 했다.
병천이의 사례는 아이들의 학습진도가 개인에 따라 큰 편차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켜 준다. 주씨는 병천이의 학습발달이 초기에 다른 아이들에 비해 다소 뒤졌지만 초초해 하거나 공부하라고 다그친 적이 없으며 좋아하는 것을 하도록 했다.
그렇다고 무관심했던 것은 아니다. 병천이를 임신할 무렵 주씨는 셋방살이를 하면서도 샘터사에서 나온 어린이 교육 시리즈를 통째로 구입해 탐독했다. 아이가 태어나서는 동화책을 사다가 방에 놓아두고서 언제든지 읽을 수 있도록 했다. 병천이가 학업발달이 늦어 풀이 죽어있을때면 『넌, 잘 할 수 있어』라고 항상 용기를 북돋워주었다. 또래들을 비교대상으로 삼아 똑같은 수준에서 배우고 행동하도록 요구했다면 지금의 병천이는 없었을 지도 모른다.
주씨는 『영재 교육은 생각해 본 적이 없고 지능지수(I.Q) 테스트도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똑똑한 아이를 만들기 보다는 언제나 자신감을 갖고 자기가 하는 일을 즐길줄 아는 개성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기 때문이다. /이민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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