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사랑하면 행복이 와요"심리학박사이자 광고업계의 중견 서정희(47)씨가 쓴 「아름다운 인연」(서조)은 대인관계 상담 사례집이다. 프로이트, 에릭슨 등 내로라하는 심리학자들의 성격 발달론이 소개되기도 한다. 그러나 세상살이에서의 인연에 무게를 둬, 심리학 서적이라기보다는 인간관계서라고 할 수 있다.
자기 정체성 찾기가 그 출발점이다. 언제나 가장 중요한 계기는 바로 가족. 부모, 가족, 시댁 식구와의 관계가 연인, 친구, 직장인 등 사회와의 관계로 확장된다는 입장이다. 부모간의 관계는 자식에게 일반적 인간 관계를 맺고 발전시켜가는 최대의 모델이 된다. 부부관계의 갈등은 곧바로 자식들에게 투사된다.
현장 상담에서 채집한 풍부한 사례들 덕에 독자들은 책 속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다. 대학 가서 달라진 환경에 적응 못 해 자기 속으로만 파고드는 학생, 보육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에 다니다 주부냐 학생이냐 라는 역할 갈등에 부딪친 주부 학생, 남편의 형제와 한 집에 살면서 생기는 갈등 등. 심리학 박사로서의 임상경험, 소비자산업 심리상담, 고려대 성균관대 등지의 강의 내용이 자연스레 우러나온다.
각 단원의 뒤마다 과학적인 해설을 달아 생활 속의 심리학을 부각시킨다. 사랑과 우정 편에서는 「나르시시즘과 자기 확장」, 직장에서의 인간 관계에서는 「인간 사랑과 생산성 향상」 등 심리학자들의 이론을 원용, 심리학적 의미를 짚어준다. 예를 들어 70년대 유행했던 「자기(연인을 부르는 말)」라는 말은 라캉이 말한 바 나르시즘적 공격 충동을 내포하고 있다는 식이다.
책에서 말하는 위기 대처법. 프로이트, 에릭슨, 융 등의 성격 발달 단계를 살펴본 저자의 결론은 『위기를 사랑하라』는 것. 그렇게 된다면 만학도 주부 학생의 경우, 여자라면 집안을 지키고 살림을 해야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부수고 행복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 그렇게 된다면, 『여보 사랑해! 나 시집 잘 왔어!』 라는 싱싱한 자기 표현이 절로 나올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지존파 사건, 신창원 사건 등 세상을 어수선하게 했던 최근 사건들이 모두 가족의 위기에서 비롯됐다는 그의 분석이 예사롭지 않다.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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