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압류로 대출길이 막힌 부동산, 연체금에 꽁꽁 묶인 신용카드…. 외환위기 이후 부실자산이 늘면서 자금난과 파산위기에 내몰리는 가계들이 적지않다. 기업을 살리기 위해 실시하는 워크아웃처럼 가계의 부실자산도 도맡아 해결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는 법이다. 이런 틈새를 겨냥, 최근 가계의 회생을 도와주는 업체와 제도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지난 8월 문을 연 열린캐피탈(사장:박월서·朴月緖)은 우리나라 최초로 부동산금융이라는 신천지를 개척하고 있다. 가압류 가등기 등 소유권에 하자가 있는 애물단지 부동산을 은행 등 제도금융권에서 싼 이자로 돈을 빌릴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지금까지 하자가 있는 부동산은 은행이나 보험사 등에서 취급을 꺼려 급전이 필요한 수요자들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사채시장에서 2부에 가까운 높은 이자를 부담하면서 돈을 끌어다 써야했다. 결국 이자부담을 견디지 못해 집과 땅을 날리는 경우도 적지않았다.
열린캐피탈은 하자물건에 자체 자금부터 투입한다. 가압류와 가등기 등의 원인이 됐던 악성채무를 채권자에게 직접 변제하거나 법원 요청(변제공탁)을 통해 깨끗이 정리하기 위해서다. 워크아웃에서 실시하는 일종의 출자전환인 셈이다.
열린캐피탈은 하자정리가 끝난 부동산을 담보로 은행이나 보험사로부터 연 9.5~10%대의 대출을 받아 고객에게 제공한다. 현재 열린캐피탈이 아웃소싱형태로 업무제휴를 맺고 있는 금융기관은 SK생명보험, 한미은행, LG캐피탈 등 3개 회사. 열린캐피탈이 하자정리를 위해 투입한 자금도 이 대출금에서 상쇄가 된다. 이 대가로 열린캐피탈은 대출금의 0.5~1% 정도의 수수료를 받는다.
열린캐피탈은 경매나 공매를 통해 낙찰을 받아놓고도 경락잔금을 마련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고객을 위해서도 해당 물건을 담보로 한 잔금대출도 실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와함께 성업공사는 지난주부터 신용대출금과 카드대금을 내지 못하는 채무자나 연대보증인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수 있도록 워크아웃에서 실시하는 일종의 부채탕감제도를 실시중이다. 성업공사가 은행에서 넘겨받은 11조4,881억원에 이르는 부실채권이 그 대상. 채무자들이 1~5년간 분할해 빚을 갚을 경우 원금의 70%만 내면 모든 부채를 탕감받을수 있다. 연대보증인의 경우에는 감면된 채무금액을 보증인수에 한사람을 더한 숫자로 나누어 본인 부담만 갚으면 보증채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한편 씨티·외환·신한은행은 신용카드 결제대금을 마련하지 못해 연체가 불가피할 경우 결제대금의 5~10%만 내도 되는 「리볼빙카드」제도를 실시중이다.
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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