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학살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위해 유엔 등이 군사개입해야한다』 『그같은 주권침해 행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코소보와 동티모르 사태 등에서 나타난 「인도주의적 군사개입」이 올 유엔총회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사실상 20세기의 마지막 회의에 모인 각국 대표들은 그러나 얼굴만 붉힌채 결론을 내리지못했다.
처음 불씨를 댕긴 것은 코피 아난 사무총장. 그는 지난달 20일 개막연설을 통해 『소수 인종과 순박한 시민들이 전투적인 집단의 타깃이 돼가고 있다』며 『이들을 보호하는게 21세기 유엔의 최대 과제』라고 선언했다. 이후 2일 총회 폐막때까지 「인권-주권」의 팽팽한 논전이 이어졌다.
아난 사무총장을 감싼 쪽은 역시 코소보 개입과 국제동티모르파견군 파병에서 적극성를 보였던 미국과 유럽이었다. 조지아스 반 아르센 네덜란드 외무장관은 『45년 유엔창설이후 인권 존중은 훨씬 중요해지고 있는 반면 국가에 대한 절박성은 약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어떤 국가도 시민에게 폭력을 가할 권리는 없다는게 국제법상 해석』이라고 강조했다. 알렉산더 다우너 호주 외무장관은 『유엔은 좋든 싫든 인도주의적인 위기를 다뤄야한다』고 말했다. 인권문제는 해당 국가의 주권에 우선한다는게 이들의 논리.
그러나 중국과 인도를 비롯, 리비아 이라크 등은 『주권은 영원하며 인권문제는 국내적인 일』이라며 반대론을 폈다. 아부즈드 오마 도르다 리비아 주유엔대사는 『소위 인도주의적 개입은 새로운 형태의 식민주의일뿐』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들이 진정으로 인도주의를 염려한다면 대량살상무기를 생산·비축하거나 다른 나라를 공격하지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적인 분쟁에 시달리고 있는 인도나 중국은 당연히 국제적인 개입을 합법화하는데 반대했다. 소규모 국가들은 인권문제에 대한 군사개입이 정권의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때문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주권이 먼저냐, 인권이 우선이냐」는 논란은 결론이 날수 없었다. 『좀 더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테오 벤 그리라브 유엔총회 의장의 말대로 다음 세기의 숙제로 넘겨졌다.
정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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