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타협제의 내용 공개 역공청와대는 중앙일보가 보광그룹 대주주인 홍석현(洪錫炫)중앙일보 사장 구속을 언론탄압으로 몰고가는데 대해 강하게 대응하기 시작했다.
박준영(朴晙瑩)공보수석이 3일 『중앙일보가 타협을 제의하며 홍사장 구명을 시도했다』고 밝힌 대목은 청와대의 완강한 자세를 잘 보여주고 있다.
보광에 대한 세무조사와 검찰의 수사가 언론 길들이기를 목적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앙일보의 타협 제의를 거부했다는 요지다. 청와대측은 『중앙일보측의 제의에는 이번사건을 잘 처리해 주면 임기 내내 협조하겠다는 내용도 있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홍사장 구속을 개인비리로 규정하며 보광에 대한 세무조사와 수사를 조세정의, 사회정의 차원의 당연한 절차라고 강조하고 있다.
수많은 차명계좌와 조세포탈, 배임혐의가 드러났는데도 언론사 사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를 덮는다면 국법질서가 확립될 수 있느냐는 게 청와대 논리의 핵심골자다.
청와대는 역으로 『중앙일보의 언론탄압 주장이 언론사라는 힘을 이용, 부패와 불법을 호도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중앙일보의 언론탄압 주장은 부패한 정치인들이 죄가 드러났을 때 쓰는 탄압의 희생양이라는 강변과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이런 청와대의 흐름 속에서 유화론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2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주재한 청와대 수석회의에서는 이 문제가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지만, 이심전심으로 강한 대응이 공감대로 자리잡았다는 후문이다.
중앙일보에 대한 입장표명도 박준영 공보수석으로 일원화, 일사불란한 기조를 구축하고 있다. 무엇보다 김대통령이 『부패척결, 조세정의 확립은 누구에게도 예외일 수 없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홍사장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고 구속될 때까지만해도 역지사지(易地思地)의 심정으로 말을 아꼈다. 그러나 중앙일보가 「언론간섭」의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며 파상공세를 펼치자, 청와대는 『그냥 가만히 있으면 오도된 인식이 퍼질 수 있다』며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세계신문협회(WAN) 국제언론인협회(IPI)가 김대통령에게 항의서한을 보내자 청와대는 더이상 침묵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세계신문협회나 국제언론인협회에는 중앙일보의 태도를 비판한 언론개혁시민연대의 성명, 기자협회보 등을 전달하며 객관적 입장을 요구할 예정이다.
중앙일보가 여권 일부 핵심인사들의 비리를 탐문하고, 심지어 중앙일보 내부에서 「오적(五敵)」이라는 표현마저 나돈 것으로 알려지면서 청와대 기류가 강해진 측면도 있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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