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미군에 의해 저질러진 노근리 피란민 학살사건이 미국내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주요 언론들이 앞다투어 이사건을 주요 뉴스로 보도하는가 하면 정계 학계등 각계의 유력인사들도 사실규명과 책임보상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워싱턴 포스트는 1일자 신문에서 「육군이 노근리사건을 무시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 『클린턴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희생자 유족들이 수차례나 문제제기를 했으나 주한미군의 소청담당국이 이를 무시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육군당국은 문서검토만으로 사건을 종결하려 했을 뿐 해당부대의 전역병에 대한 추적조사는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포스트는 이어 『국방부는 이를 토대로 희생자들의 소청대리자인 미 교회협의회측에 「미군이 학살사건에 연루됐다는 증거가 없다」고 서신으로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또 『사건 당시 현장부대의 기관총사수 출신 전역병은 「동료로부터 사건에 대해 함구하라」는 압력을 받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뉴욕 타임스지도 30일과 1일 잇따라 이 사건을 집중보도했다. 타임스는 「한국전쟁의 기원」이라는 저서로 유명한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인에 의해 수십 내지 수백명의 한국인이 살해됐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50년 7월22일자 뉴욕 타임스에는 「미군이 민간인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기 시작했으며 전선에서 하얀 농부 옷차림을 한 남자들을 조심하라는 경고가 내려졌다」는 기사가 실려있다』고 전하고 『커밍스 교수가 이 보도에 근거해 이 사건을 처음으로 그의 저서에 기록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타임스는 또 미국 정부가 진상규명에 나서기로 한 사실을 자세히 보도하고 『97년에 30여명의 생존자들이 진상규명과 보상을 요구했으나 거부됐다』고 전했다.
타임스는 이어 『현장의 병사들이 피란민에게 발포하라는 명령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부대 지휘부는 북한군이 농부로 위장한 것으로 판단해 그같이 판단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2000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공화당의 존 맥케인 상원의원은 『노근리에서도 68년 베트남에서 일어났던 밀라이 불상사와 유사한 사건이 일어났을 수 있다』며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톰 대슐 상원 민주당 원내총무는 『우리는 이 새로운 보도의 근거를 조사하고 그러한 일이 발생하게 된 원인과 경위를 조사하기를 원한다고 생각한다』며 『항상 역사 속으로 되돌아가 사실을 바로 잡고 그 사실로부터 교훈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사(戰史)학자인 스티븐 E 앰브로즈는 『훈련이 제대로 안된 청년에게 총을 들고 외국에 나가도록 하면 분명히 나쁜 일이 일어난다』며 『노근리 사건은 그리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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