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초반의 주부 A씨는 최근 결혼생활 20여년 만에 오르가슴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동안 오르가슴을 제대로 느껴본 적이 없지만, 그런 성생활에 대해 특별히 문제를 삼지 않고 살아 왔다. 하지만 아이들이 성장해 시간적 여유가 생기고 경제적으로도 안정을 찾게 되자 성생활의 부족함을 메우고 싶은 소망이 생겼다.그래서 정신과 상담도 받고 성 테크닉에 대한 책도 읽어 보았다. 심지어 질내 진동기구를 이용한 성치료까지 받았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진찰 결과 산부인과적인 문제는 없었다. 폐경 이전이라 호르몬결핍은 물론 질 건조증이나 성교통도 없었다. 질윤활액의 분비도 적당했다. 그는 남편에 대한 애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자위행위를 하면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오르가슴장애에는 한 번도 오르가슴을 느껴본 적이 없는 1차적 오르가슴장애와 오르가슴 경험은 있으나 파트너나 상황에 따라 느낄 수 없는 2차적 오르가슴장애가 있다. 최근의 치료 경향은 1차적 오르가슴인 경우 자위행위를 훈련시키는 방법이나 지각·행동요법을 시도한다.
손이나 진동기구를 이용해 자위행위를 유도하고 케겔운동 등으로 질 괄약근을 강화함으로써 90% 이상 오르가슴에 도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율은 높지만 실제 부부관계의 성공률은 다소 떨어진다. 2차적 오르가슴장애는 대개 정서문제나 정신적 질환, 배우자와의 갈등과 연관돼 있어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하다. 성의학자들 사이에는 치료의 목적을 반드시 오르가슴 도달에 두어야 하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다.
A씨는 구체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남편과의 성생활에서 오르가슴을 경험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애써 오르가슴에 집착하진 않는다. 찾을 수 있으면 찾고 싶다는 그의 담담한 태도가 매우 인상적이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어쩌면 오르가슴을 좇는 그 마음만으로도 부부의 성생활은 풍요로울 수 있고, 그 갈망의 실체를 깨닫는 순간 오르가슴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홍순기 박사.인애산부인과원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