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근리 양민학살에 대해 미국 정부가 철저한 진상조사를 약속함에 따라 희생자 유족들에 대한 보상문제가 관심사항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건조사를 맡게 된 미 육군부는 『일단 사실여부를 가리는데 초점을 맞출 방침』이라고 밝히면서 보상의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지않고 있다.향후 이 사건의 처리와 관련, 베트남전 당시 미군이 저지른 「밀라이촌 학살」 사건은 참고할 부분이 많다. 68년 3월16일 베트남 남부 선마이 지역의 밀라이 마을에서 미군이 양민 300여명을 학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베트콩 소탕임무를 받은 제11경보병여단의 C중대장 윌리엄 칼리 중위가 중대원 150여명을 이끌고 마을로 들어가 어린이와 노인, 여성 등 민간인을 향해 무차별 사격을 가한 것이다.
사건은 당시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되고 군감찰당국이 비밀리에 진상조사에 들어갔지만 조사도중에 프리랜서 기자인 셰이머 허쉬에 의해 전모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공개됐다. 학살 관련자에 대한 처벌을 두고 찬반양론이 첨예하게 갈렸지만 군사재판에서 칼리중위만 민간인 22명을 살인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는 것으로 종결됐다.
그나마도 그는 감형을 받아 74년 3년6개월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이후 베트남 정부는 피해자들의 배상요구를 관철시킬 의사를 밝혔지만 95년 미국과 국교정상화를 하는 과정에서도 이 문제는 공식화하지못했다.
노근리 사건의 경우 국제법 전문가들은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이 개인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이득이 없을 것으로 보고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마련을 주장하고 있다. 서울대 공법학과 정인섭(鄭寅燮) 교수는 『개인소송의 경우 미국 정부를 상대로 미국법으로 다투게 될텐데 이 경우 해외에서의 행위를 규정하는 미국법이 없어 기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나설 경우 양국의 합의에 따라 재판정이 설립되고 「전쟁중 적대행위에 참가하지않은 사람에 대한 인간적 대우」를 규정한 「전쟁법에 관한 제네바협정」 제3항 등과 관련한 소송절차를 진행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정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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