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감청은 첩보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일이다. 그런 도청·감청이 요즈음 우리 정치권에서 큰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국민의 관심도 크다. 인권을 중시한다는 국민의 정부하에서 이런 논란이 일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왜 이런 논란이 갑자기 불거지는지 곰곰이 따져 봐야겠다. 예전엔 관심을 갖지 않았던 때문일까, 아니면 야당의 주장대로 지금 진짜로 많아졌기 때문일까.■국정감사장에서도 여러 해프닝이 벌어진다. 여야간에 디지털 휴대폰이 감청이 되느냐 안되느냐를 따지다가, 급기야 휴대폰 2,000만대 시대에 감청기술 하나 개발 못하느냐는 식의 어처구니 없는 질책이 뒤따른다. 한 의원은 불법감청이 없다고 답변하는 정통부장관에게 『당신은 과연 도청·감청의 불안없이 전화통화를 하느냐』고 정통으로 묻는다. 장관이 아니라도 이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 할 사람은 거의 없을 듯 싶다. 우리는 지금 그런 「불안의 시대」에 살고있다.
■도·감청은 그 주체와 대상에 따라 세가지로 분류된다. 국가기관이 개인을 상대로 하는 것, 사설기관이 개인을 상대로 하는 것, 국가기관이 국가기관의 사람을 상대로 하는 것등이다. 국가기관의 사람을 상대로 하는 감청을 과거 정권에선 「정권안보」의 유용한 수단으로 써먹었으나, 이런게 있는지 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 감청 대상자들이 오히려 쉬쉬하면서 문제를 삼지 않는 탓이다. 그러나 이것도 엄연한 불법이며 사생활 침해이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나 과거 이런 감청 덕에 고위직 인사들의 부도덕한 사생활이 체크되는 경우가 많았다. 한때 모기관 사람들 사이에선 『장·차관들의 가정을 우리가 지켜주고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았다. 어떤 때는 청와대 직원들 사이의 떳떳지 못한 남녀관계가 새 나오기도 했다. 어쨌거나 민주주의 사회에서 그가 누구든 사생활이 도둑질 당한다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이제 「자타가 공인하는 인권국가」가 아닌가.
/이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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