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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달영 칼럼] 노벨평화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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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달영 칼럼] 노벨평화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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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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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의 계절이다. 9월 마지막 날 저녁에 문학상이 발표된 것을 시작으로 10월은 여느 해나 다름없이 노벨상 수상자들의 이름을 전해준다.잘 알려져 있지만, 올해 노벨상은 20세기의 시작과 더불어 시상된 이 상이 한 세기를 마감하는 「20세기 마지막 시상」을 기록하게 된다는 시간적 의미를 지닌다.

다이너마이트의 상업적 성공으로 엄청난 부자가 된 알프레드 노벨이 『나의 유산에서 나오는 모든 소득은 정확히 5등분하여 매년 인류를 위하여 공헌한 5분야(물리학·화학·의학·문학·평화상)의 사람에게 수여하는 상금으로 사용할 것』을 유언장으로 작성한 것은 1895년, 그의 나이 62세 때였고, 그가 죽은 것은 이듬해인 1896년이었으며, 유언장이 공개된 것은 또 그 이듬해인 1897년이었다. 그리고 그 유언에 따라 첫번째 노벨상이 수여된 것이 1901년, 20세기의 첫 해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 노벨상에 「평화상」이 포함된 데는 숨은 이야기 하나가 전해온다.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알프레드 노벨과 한때 그의 비서로 일한 한 여인의 「애틋한 관계」다.

평소 열렬한 모친숭배자이던 노벨은 43세 때 만난 10년 연하의 이 여인에게 이끌렸으나, 여인이 다른 남자를 선택하는 바람에 짝사랑 실연으로 끝난다. 노총각 노벨을 울린 이 여인은 오스트리아 귀족가문 출신의 작가이자 훗날 유명한 평화운동가로 명성을 얻은 베르타 폰 수트너(1843~1914)다.

당초 노벨은 물리학·화학·의학·문학 등 4개분야만을 시상대상으로 한다는 생각이었다가, 마침 반전평화소설인 「무기를 버려라」를 발표한 그의 옛 「여인」 베르타 폰 수트너에게서 받은 영향으로 평화상을 추가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무튼 평화상의 제정은 전적으로 수트너의 공로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고 정설이다.

그 수트너는 1905년에 직접 평화상의 수상자가 된다. 여성으로서 평화상을 받은 최초의 인물이다. 그리고 내친 김에 숫자를 헤아린다면, 1901~1998년의 노벨 평화상 역사에서 여성 수상자는 97년의 대인지뢰 추방운동가 조디 윌리엄스에 이르기 까지 모두 10명이다. 그들 모두 평화와 인권을 위한 전선에서 빛나는 이름들이다.

평화상 이야기가 장황한 까닭은 올해 평화상에 우리도 한 가닥 관심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노벨 평화상의 역사가 인류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인 「인권」을 지켜내기 위한 20세기의 인류 투쟁사 자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들리는 바로는 올해 노벨 평화상의 수상자 후보는 모두 136명이나 된다. 다른 모든 분야가 스웨덴에서 심사되는 것과 달리 평화상만은 노르웨이의 몫이다. 후보들 가운데는 한국의 김대중대통령도 다른 때와 다름없이 들어 있다는 소식이지만, 바로 그런 이유로 정치적인 시각에서 견강부회하거나 억측할 일은 아닐듯 하다. 마찬가지로 갑자기 우리 자신을 인권국가라고 강변하는 일도 자연스럽지는 않다.

중요한 것은 평화상의 향배가 아니라 바로 그 「인권」이다. 동티모르의 처참한 인권상황을 지켜보아왔다는 우리 국회의 이미경의원은 엊그제 파병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한나라당의 당론을 거역해서 찬성표를 던졌다. 그는 의사진행 발언을 하면서 동티모르의 인권상황을 말하다가 울먹였다. 4세기 반에 걸친 오랜 식민지, 겨우 찾은 자주권, 좌우익의 대립과 내전, 인도네시아 군에 의한 대학살과 합병선언, 강대국들과 국제기구의 방관 속에 진행된 잔혹행위….

그런 반(反)인권적 상황들이 우리의 당대사에 접목되면서, 이 의원은 왈칵 누선이 자극되었던 것일지 모른다. 그의 그같은 태도가 온당한 것이냐는 시비의 여지가 있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대의에 따라 당론을 따르지 않은 그의 소신과 선택은 매우 신선한 것이다. 우리 정치사가 보여 온 의원들의 「일사불란」한 의사표시가 때로는 얼마나 역겨운 것이었는지, 우리는 너무 잘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인 메어리 로빈슨(이 사람도 여성이다!)은 동티모르에서의 범죄를 단죄하기 위해 「임시국제전범재판소」의 성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꼭 100년전 헤이그에서 개최된 만국평화회의에서 「국제중재재판소」의 설립을 결의하는데 활약했던 베르타 폰 수트너를 생각하게 하는 일들이다./본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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