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간다고 해서 샀더니 이게 뭐야」21일 발생한 대만 지진 직후 나름대로 신속하게 반도체 관련주를 사들인 투자자들은 최근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는 주가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21∼29일 개인투자자 순매수 1,2위를 현대반도체(1,904억원)와 삼성전자(1,358억원)이 차지하는 등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반도체 관련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그러나 반도체 관련주 주가는 추석 연휴 직후부터 거의 예외없이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30일 오전장에서 반짝이는가 싶었지만 잠시뿐이었다.
반도체 관련주가 맥을 못추고 있는 것은 근본적인 여건변화때문이라기보다는 시장의 수급상황에 따른 것. 구희진(具熙珍)대신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특히 대만의 뮤추얼펀드 환매연기 조치 등으로 대만쪽에서 현금을 마련하지 못한 외국인들이 현금확보를 위해 그동안 이익을 많이 낸 한국의 반도체 관련주를 팔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음달 1일 현대전자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신규상장되고, 삼성전자 유상증자설로 인해 증자대금 마련을 위한 기존주주들의 주식매각이 늘 것이라는 관측도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그러나 실물시장은 증시 분위기와는 다르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최근 64메가D램 판매가를 7.50달러에서 9달러로 올리는 등 가격인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가격인상이 실제로 계약에 반영되는 2주뒤부터는 또 한번 매출 급성장이 현실화할 전망이다. 뱅크오브 아메리카는 수요를 따라잡으려면 앞으로 1∼2년간은 반도체 업체들의 설비확대가 지속될 것이라고 29일 전망했다.
결국 대만지진 직후 주식을 산 투자자들이 최근 며칠사이 반도체 관련주를 팽개치는 것은 「상투에서 사서 무릎에 파는 양상」이 될 것이라는게 증시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김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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