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사립 중·고등학교가 교사 인력시장의 유연성을 내세워 기간제(期間制)교사제도를 악용하는 바람에 학교교육이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서울 강남구 Y고교 수학과의 정교사로 할당된 인원은 12명. 이중 기간제교사와 시간강사 등 정식발령을 받지 않은 비(非)정교사의 수는 정원의 과반수인 7명이다.
국어과의 경우에도 정원 15명 중 4명이 임시교사이고 지난 93년 마지막으로 정교사 발령을 낸 이후 지금까지 빈자리를 1년계약의 기간제교사로만 충원해왔다.
올 여름까지 이 학교에서 국어교사로 근무했던 강모(26)씨는 8월말 1년간의 계약이 끝나고 재단으로부터 임용테스트를 받았다.
결과는 학교측의 임용 거부. 강씨는 『대부분의 사람이 뚜렷한 이유없이 발령을 못 받은채 학교현장을 떠나고 있다』며 『재단측이 인건비를 줄이고 재단의 구미에 맞는 사람들을 거르기 위한 장치로 기간제 교사제도를 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 H고등학교의 경우 전체 39명의 교사 중 17명만이 정교사이고 나머지는 1∼3년 단위의 계약을 맺는 기간제 교사다.
지난 97년 열린교육 시범학교로 선정된 H고교는 3년간의 시범학교 지정이 끝나는 내년 초 정교사 채용여부를 결정해야 하지만 재단측은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위해서는 교사인력시장이 유연해져야 한다』며 기간제교사를 존속시킨다는 방침을 밝혔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기간제 교사는 정교사 결원이 생겨 후임자 보충이 어려울 경우, 한정적으로 교과를 운영할 경우 등 제한적으로 운용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일부 사립학교 경영자는 신입교사를 1년 계약의 기간제교사로 채용, 특별한 이유없이 재계약을 거부하고 새로운 기간제 교사들로 빈자리를 충원하고 있어 학생들과 예비교사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한 학기마다 선생님이 바뀌는 경험을 했다는 Y고교 2학년에 재학중인 K모(18)군은 『선생님이 자주 바뀌고 경험이 없는 신입교사들이 많다보니 학교교육에 불신감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립위원장 최원호(崔源鎬·39)씨는 『기간제교사의 비율이 높을수록 수업의 일관성·연속성이 없어지고 생활지도 교육도 불가능해 학교교육 부실의 근원이 될 수 있다』며 『일부 사립학교의 이러한 인사전횡이 하루빨리 시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화기자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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