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수험생이다. 8,9월은 각 대학이 각종 경시대회와 수시모집으로 학생들을 선발하는 시기이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K대 수시모집에 원서를 썼다. 그런데 선생님의 실수로 원서는 중간에서 증발해버렸다. 거의 평생을 바쳐온 노력이 시험도 쳐보지 못하고 물거품이 됐다.선생님은 원서접수가 안된 것을 학교측에 얘기할까봐 전전긍긍하더니 K대 입학자료집을 펴놓고 『내신성적이 자격미달이었네』라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 기준표를 잘못 읽은 것이다. 그 순간 꾹 참고있던 울음이 터져나오고 말았다.
유명대학의 수시모집은 선생님들이 알아서 학생원서를 준비해주고 진학지도도 자세히 해준다. 그러나 중·하위권 대학에 대해서는 너무나 무심하다. 원서를 잃어버릴 정도이니 더 말할 것도 없다. 공부 잘하는 학생과 나머지 학생을 차별하는 선생님들의 사고방식에 회의를 느낀다. 선생님조차 이러니 우리사회에서 학력 차별이 있는 것이 당연하고 학벌사회가 고착화하는 것도 당연하다.
솔직히 말하면 각 학교의 진학실도 모든 학생들에게 공평하게 열려있는 것은 아니다.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은 자기집 드나들듯하지만 나머지 학생들은 상담 한번 하려면 선생님께 별 아부를 다 떨어야 한다. 선생님들은 진학실에서 잠을 잘 시간은 있지만 공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내줄 시간은 없다.
그래서 어떤 선배는 이렇게 말했다. 『1,2등 하는 놈이 아니면 입학원서는 선생님과 함께 쓰지 말고 스스로 써야 손해보는 일이 없다』.
우리사회의 저력으로 기회균등이 얘기되고 기회균등의 대표적인 사례로 대학입시가 얘기되지만 입시에서 진짜 기회가 균등한지는 되묻고 싶다. 21세기는 공부 잘 하는 사람보다는 창조력이 있고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이 승리한다고 한다. 우리 교육도 하루빨리 구시대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자면 선생님부터 변해야 할 것같다. /김해명·전남 목포시 용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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