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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배로 즐기기] 오페라 첫 구경이면 '라보엠'이적당

입력
1999.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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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배즐기기/오페라 페스티벌서울 예술의전당에서 25일부터 오페라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 10월10일까지 푸치니의 「나비부인」「라보엠」, 베를리오즈의 「파우스트」(원제 「저주받은 파우스트」)가 번갈아 네 번씩 공연된다.

오페라 구경이 처음이라면, 푸치니의 「라보엠」을 볼 것을 권한다. 오페라광 박준용(예술영화TV 편성제작국장)씨의 표현에 따르면, 심각하지 않게 오페라를 즐기는 데는 푸치니가 최고다. 특히 「라보엠」이 가장 인기있다. 파리 뒷골목 가난뱅이 예술가들의 사랑과 낭만을 그렸다. 가난, 사랑, 이별, 죽음의 흔해빠진 멜로드라마이지만, 음악이 가슴 찡하게 아름답다.

「나비부인」은 미군 장교에게 버림받아 자살하는 어리고 순진한 일본 기생 이야기다. 요샛 말로 하자면 현지처 얘기다. 그래선지 일본에서는 별로 인기가 없다. 떠나버린 남자를 하염없이 기다리며 여주인공이 부르는 「어떤 갠 날」이 유명하다.

「나비부인」이나 「라보엠」은 별 생각 없이 줄거리를 따라가다 보면 음악에 빠져들 수 있지만, 베를리오즈의 「파우스트」는 좀 다르다. 줄거리도 음악도 심각하다. 거기엔 삶의 회의, 쾌락, 사랑, 저주, 구원을 다루는 철학적인 드라마가 있다. 대학자 파우스트와 그를 유혹하는 악마의 거래는 무대에 팽팽한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음악은 황홀한 아름다움, 위험한 정열, 거룩한 기도, 음울한 저주가 뒤섞여 더러 광기마저 느껴진다.

이번 「파우스트」는 독일인 하랄트 토르의 무대 디자인이 독특하다. 무대는 세층으로 되어있다. 무대 바닥에 또다른 무대가 숨어 있어 엘리베이터처럼 수직으로 오르내리고 무대 한복판에는 또하나의 작은 사각형 무대가 퍼즐처럼 끼워져 움직인다. 특히 파우스트가 지옥에 떨어지는 대목에서 무대가 수직으로 이동하며 붉은 조명 아래 지옥이 드러나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다. 지옥이 달려드는 줄 알았다.

◇공연일정 나비부인=10월 1·5·9일 라보엠=10월2·8일 파우스트=10월3·6·10일, 평일 오후 7시30분 일요일 오후 4시. (02)580-1300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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