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안정이냐, 금융시장 안정이냐.통화·금리정책 방향을 놓고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한국개발연구원(KDI)간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인플레 사전제압을 위해 긴축에 무게를 싣기 시작한 한은과 KDI, 인플레 압력은 존재하지 않으며 우선 금융시장안정을 위해 팽창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재경부와 금감위의 시각차는 결국 돈을 거둬들일 것인가, 계속 풀 것인가의 논란으로 집약된다. 이 엇갈린 진단은 물가와 금융시장 불안이 맞물린 상황에서 좀처럼 접점찾기가 어려워 보이며 내년 총선전까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한국은행과 KDI의 물가안정론 가파른 유가상승과 엔화강세, 경기과속에 따른 소비심리 확산과 임금 상승등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인플레」쪽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 한은 판단. 전철환(全哲煥)한은총재가 28일 워싱턴에서 통화정책변화를 시사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두자릿수를 넘어선 임금상승도 인플레를 부추기는 요인. 한국은행 관계자는 『제조업 가동률이 80%에 이른 만큼 앞으로 임금상승요인은 원가상승으로 상당부분 전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주식시장 활황으로 불어난 엄청난 규모의 자본이득이 소비와 부동산시장으로 역류할 경우 과소비와 집값 급등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따라서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서서히 통화환수(긴축=금리인상)를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한은의 내부의견이다.
KDI는 한걸음 더 나아가 지금부터 금리인상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동철박사는 『자칫 인플레 기대심리와 함께 임금상승을 부추겨 고질적 고비용구조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재정경제부의 시장안정론 재경부는 현재, 그리고 당분간 인플레 압력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인플레란 수요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인데 유가상승은 「공급(비용)」쪽에서 오른 가격인상인 만큼 인플레와 무관하다는 것이다.
임금인상, 고속성장도 문제는 없다는 시각. 재경부 관계자는 『임금인상률이 두자릿수에 달하고 있으나 생산성 향상폭이 훨씬 크다』며 『생산성 향상 범위내에서 임금이 오른 만큼 인플레로 연결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성장률 역시 아직은 기술적 반등요인이 크다는 것이 재경부 분석이다.
따라서 존재하지도 않는 인플레압력을 걱정해 섣불리 긴축정책을 쓰는 것은아주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금감위는 나아가 당면과제는 금융시장 안정(금리안정)이며 이를 위해 한은이 통화환수보다는 보다 적극적으로 통화방출에 나서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김병주기자
bj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