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버팀목이던 900선이 힘없이 무너지며 증시가 흔들리고 있다.29일 종합주가지수는 31.85포인트가 하락, 나흘간 무려 88포인트 급락했다. 900선 붕괴로 반등추세가 무산되자 지지선은 이제 840선대로 후퇴했다. 최근 증시는 전문가들조차 뚜렷한 원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왜 급락하나 「100포인트 주가상승 호재」인 금리하락과 엔강세 등 초대형 호재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일차적인 원인이 있다. 특별한 악재는 없지만 심리적 불안감이 팽배한 시장을 「겉은 안정-속은 불안」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주가폭락 원인을 해외에서 찾거나 시장 움직임을 모르는 관료들의 행태에서 찾는 등 명확한 답안을 내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황이 이렇자 10-11월까지 바닥권을 형성한다며 잇따른 수정전망만을 내고 있다.
■투자분위기 급속냉각
「이상한 증시」속에 개인들이 투자하는 중소형주는 지수 조정폭이 30-50%에 육박, 이들의 체감지수는 훨씬 경직된 모습이다. 여의도 증권가에는 『반등만 하면 팔겠다』며 객장을 떠나가는 개인이 많아 투자분위기는 급속히 냉각돼 있다. 상반기 주가는 돈의 힘으로 밀려 올라갔다. 그러나 IMF이후 증시·투신권에 몰린 90조원 가까운 돈중 이미 50조원 이상이 빠져나가면서 「돈의 힘」은 사라지고 있다. 이로 인해 대우사태로 손발마저 묶인 투신권은 외국인들의 매물조차 소화해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크레디 리요네증권 백기언(白基彦)상무는 여기에 해외악재가 겹쳐 증시가 「트랩(trap)」에 빠졌다고 말했다. 그는 『미 경제정책이 「세이브 더 월드」에서 「세이브 더 달러」로 바뀌면서 통화확대_저금리 등에 따른 효과도 힘을 잃고 있다』며 『현금비중을 높이고 주식비중을 낮추는 외국인들의 매수세를 연말까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외국인 매도세가 관건 외국인들은 엔강세_달러약세로 미국시장이 불안해지자 주식을 팔아 현금비중을 높이고 있다. 여기에는 태국 바트화 위기 등 전반적인 아시아시장에 대한 불안감도 맞물려 있다. 신한증권 투자분석부는 『외국인은 서울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의 20%를 차지하지만 매도·매수는 공격적이어서 「정규군」에 비유된다』며 『이들이 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기관·개인은 추종하는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대거 빠져나간 98년 초 주가지수가 300선대로 밀린 경우와 비교해 현재의 하락폭은 양호한 편』이라고 분석했다. 어쨌든 대다수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향후 행태가 하반기 증시에 관건이 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태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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