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현대그룹 남녀농구단과 북한팀간의 친선경기가 벌어졌다. 함께 방북한 우리측 방송관계자들의 위성 생중계로 우리는 경기장면을 안방에서 지켜보았다. 29일엔 역시 평양에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기증하는 「정주영 실내체육관」의 기공식도 열렸다. 남북관계가 비록 비정치분야에서 만이라도 이렇게 격세지감의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은 분단 반세기 역사에서 매우 의미있는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아직 섣부른 기대이긴 하지만 71년 미·중국간의 핑퐁외교가 「죽의 장막」을 걷어냈던 것처럼 이번 농구외교가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에 해빙의 단초가 됐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특히 이날 기공식을 한 「정주영체육관」은 공사를 하는 2년여 동안 우리측 현장사무소 요원 40여명이 평양에 상주하는 길이 열렸다고 하니 이런 남북교류의 불씨를 소중히 가꿔가도록 관계당국이나 업계는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같다.
이에 앞서 현재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중인 북한의 백남순외무상은 뉴욕에서의 기자회견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언급했다. 비록 기존의 판에 박힌 전제조건을 달았다고는 해도 그의 입에서 정상회담 얘기가 나왔다는 것은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라고 본다. 백은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남측이 우리의 협상제의에 응한다면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백이 지적한 「협상제의」란 표면적으로는 7·4공동성명이 천명한 자주·평화통일·민족대단결등 3대원칙이다. 하지만 이를 찬찬히 뜯어보면 국가보안법철폐, 외국과의 공조 및 합동군사훈련중지, 통일애국인사들의 자유로운 활동보장등 그들이 기회있을 때마다 되뇌어 온 주장들을 함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백의 발언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이 발언이 미국의 대북제재조치 일부해제와 북한의 미사일 발사유보 선언등 일련의 해빙무드속에 나왔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남북이 상호신뢰를 구축하는 일에 신경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양측이 서로 역지사지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북측은 남쪽의 선의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공생을 위한 포용정책을 「흡수통일하려는 반북(反北)대결책동」이라고 우기는 것은 지나친 견강부회다.
입만 열면 자주를 외치면서 동족간의 신뢰조성 노력은 외면한채 언제까지 미국과의 협상에만 매달릴 것인가. 최근 일련의 남북관계 진전노력이 결실을 얻기 위해선 당국자간 회담이 지체없이 재개돼야 한다. 이제 북이 진심을 털어놓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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