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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소주의 적정세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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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소주의 적정세율은?

입력
1999.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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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는 세계무역기구(WTO)로부터 소주와 위스키세율이 관세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의 「내국민대우」규정에 위배되므로 내년 1월말까지 이를 개정하도록 권고 받아 주세율을 조정하지 않으면 안될 입장이다. 현재 주세율 논쟁의 초점은 같은 증류주인 소주와 위스키에 차등을 두지 못하도록 세율을 조정하는 것이다.위스키 세율(100%)을 소주세율(35%)만큼 낮추든지 아니면 소주세율을 위스키만큼 높이든지 아니면 중간수준에서 세율을 동일하게 조정해야하는 세가지 대안이 있다. 애주가들이나 소주업계에서는 첫번째 대안을 선호하고 있고 학계나 세제전문가들은 두번째 대안을 선호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그 절충안으로 세번째 대안을 채택하여 소주와 위스키 세율을 80%로 조정할 계획이다.

그러면 가장 바람직한 조정방안은 어떠한가. 첫째, 우리 나라의 국민 1인당 평균주류소비량이 세계적으로 상위권 수준이며 잘못된 권주(勸酒)문화에 의한 뇌동(雷同)소비와 억지소비,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하고 있는 청소년음주, 음주운전에 따른 교통사고 등 과음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엄청나다. 따라서 주세는 재정수입의 확보는 물론 경제적, 합리적인 음주 행태를 유인하도록 적정수준 인상되어야 한다.

둘째, 주류소비는 가격 탄력성이 낮고 대중적 소비기반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소주세의 인상으로 판매량이 급감해 업체의 도산을 야기할 것이란 업계의 논리는 설득력이 약하다. 술은 특정 주류를 선호하는 소비계층이 상당수 존재, 가격뿐만 아니라 소득에도 비탄력적인 상품이어서 가격상승에 따른 소비는 단기적으로 감소할 수는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크게 줄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소주업계의 주장대로 위스키 세율을 소주세율 가까이 인하할 경우 시간이 흐를수록 위스키와 수입양주의 판매량이 소주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일본의 소주업계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셋째, IMF사태의 수습을 위한 금융·산업구조조정 및 실업대책에 투입된 공적자금으로 작년 말 현재 나라 빚이 143조원에 이르러 국민 1인당 300만원을 넘어서고 있으며 내년도 총선을 의식한 각종 선심성 공약과 장밋빛 복지정책으로 앞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날 재정적자 누적을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하는가 하는 국가적 과제를 고려할 때 주세 인하는 이에 역행하는 정책이다.

국세인 주세는 97년부터 전액을 지방양여금 재원으로 사용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기반을 확충하고 지역간의 균형발전을 도모하는데 기여하고 있으며 주세에 부가되는 교육세 또한 지방정부의 교육비 특별회계의 주요세입으로서 교육재정에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요인을 감안할 때 소주세는 위스키 세율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설사 위스키세율수준으로 인상하더라도 절대액은 500여원 정도로 그 긍정적 반사이익과 우리의 어려운 재정사정을 고려한다면 서민 대중들이 충분히 인내할 수 있는 수준이다.

「표」를 의식하여 제도개혁을 포기하거나 연기하는 소극적 자세보다는 국민을 이해시키고 개혁의 당위성을 설득하는 적극적 자세가 정치인, 정책담당자에게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재경부의 「소주세율 왜 올려야 하나?」란 일간지 광고는 그 당위성을 국민에게 설득하고 홍보하는 적극적 방책으로서 타 부처와 정부기간에서도 본 받아야 할 것이다.

최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각종 정부정책이 내년의 총선을 의식해서 그 실시를 연기하거나 개혁의 강도가 훼손됐다면 정책당국자와 정치인은 물론 이를 용인한 국민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 개혁으로 인한 고통은 단기간에 널리 파급되어 국민에게 불만으로 다가올지라도 그 혜택은 오랜기간 서서히 나타나기 마련이다. 개혁은 쉽지 않지만 정치인과 정책 당국자들은 끈기와 인내를 가지고 국민들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

/이만우 고려대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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