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원들이 올 여름 내내 김종필(金鍾泌)총리를 괴롭혀온 단골 메뉴는 「JP 비자금설」과 「연내 내각제 개헌 유보」. 국감을 앞두고 한나라당 의원들이 총리실에 낸 질의서에도 이 부분이 주요항목으로 잡혀있었다. 비서실이 국감날인 29일 아침까지 마음을 조린 것은 당연했다.그러나 정작 이날 이 문제는 얘기거리도 되지못했다. 한나라당 김도언(金道彦)의원만이 『내각제 연기는 국민기만과 민주정신에 위배된다』며 김총리의 입장표명을 요구했을 뿐이었다. 당사자(김총리)도 없는 국감장에서의 공격이 실효가 없다고 본 듯 동료의원의 지원사격도 없었다. 같은 당 김중위(金重緯), 권영자(權英子)의원의 경우는 미리 배포한 보도자료에 이 문제를 짤막하게나마 언급하도고, 질의을 할 때는 훌쩍 건너뛰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에 대해 『김총리 개인의 문제보다 국정난맥상이 더 심각했다』고 이유를 댔다. 그러나 야당이 「대타」로 준비해온 Y2K문제, 지진대책, 규제개혁 현황, 제2건국위 위상, 인권문제, 수해대책 등 정책질의도 역시 언론을 의식한 백화점식 나열에 그쳤을 뿐이었다.
김총리는 이런 분위기를 일치감치 눈치챈 듯 국감에 앞선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건강 등을 화제로 농담을 건네는 여유마저 보였다. 야당은 큰 소리쳤던「JP흠집내기」와 「국정난맥 질타」란 두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 셈이다.
이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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